[경기시론] 재생에너지와 시대정신

경기일보 2024. 3.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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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아침 출근길, 자전거 위에 몸을 싣고 두 바퀴로 달린다. 자전거 바퀴와 차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서서히 몸을 깨우고, 흔들리는 몸은 가까운 풍경들도 눈에 담을 수 있는 친근한 속도로 바람을 맞는다. 도시 곳곳은 깔끔하게 황색과 회색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도로와 인도 사이로 자전거전용길들도 일부나마 공간을 나누고 있다. 틈틈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피해 달린다. 이 공간들, 저 너머에서부터 가득 채우며 밀려와 이 구획된 지면과 공간을 채우는 대기와 바람과 햇빛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마치 처음처럼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반복한다. 지금까지 사회가 선택한 또는 강제한 생활양식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공간을 기획하고 채우는 구조와 균형의 문제를 되짚는 것이 아닐까.

바람과 햇빛은 누구도 일방적으로 소유할 수 없지만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것들을 제공한다. 건강한 숲과 맑은 숨, 익숙하고 안전한 풍경 안에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깨끗한 대기와 에너지, 거기에 사람들의 노력과 기술을 더해 깨끗한 전력도 생산할 수 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여기에 서로 기여한 바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어디에 속해야 하고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지, 이 문제 의식을 ‘기후위기 시대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의 이익을 따르는 관성을 무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일으킨 ‘자유 지상’의 시장, 경제, 경쟁 요소에서 지속할 수 없는 것들과 지속해야 할 목록을 만들고, 퇴출하고 대체하고 발전시켜 다시 균형 잡는 노력으로 새로운 이익을 만들고 나누는 것은 지금 시대정신에 가장 적합한 상식과 문화가 아니겠는가. 그것으로 선한 경쟁을 일으키고 그 에너지로 다시 사회와 경제를 조직해야 하는데, 여기서 새로운 이익을 만들 물질적 토대로서 재생에너지는 만능열쇠는 아니어도 지름길은 될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바람과 햇빛은 공평한 공간과 시간에 차별 없이 있는데, 그 자체로도 깨끗한 에너지이지만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과 기술, 자본이 필요하다. 전력기반사회로의 이행이 뚜렷한 지금 이를 누가 어떻게 조직하고 지배하고 나눌 것인가는 화석연료기반 사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생에너지는 현 정부에서 홀대받고 있고 우리 정치에서 철저하게 후순위다. 대규모로 집중된 화석연료 기반 경제개발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튼튼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을 가진 존재로서 자기 발전을 꾀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자산, 소규모 기업자본을 기반으로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이와 유사한 말들과 개념은 우리의 정치 언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서 재생에너지는 오히려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를 바로잡는 게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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