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조원 떼돈 번 빅오일 6총사… ‘역대급 투자’가 시작됐다
글로벌 주요 석유·가스 메이저 업체 사이에서 투자 경쟁이 불붙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201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탄소 중립 바람과 코로나 초기 급격한 수요 위축으로 실적 하락에 고민하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아프리카·지중해 등 세계 각지에서 좀 더 생산성이 좋은 석유·가스전을 찾아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를 에너지 위기로 몰아넣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들 업체엔 기사회생의 발판이 됐다. 돈을 쓸어 담은 빅오일들은 석유·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간 6대 메이저 이익 770조원 육박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람코는 지난해 순이익이 1213억 달러(약 160조원)를 기록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아람코를 비롯한 세계 6대 석유·가스 메이저 업체가 지난 2년 (2022~2023년)간 거둔 수익은 7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일어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자 실적이 급증한 것이다.
아람코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2년보다는 24.7% 줄었지만, 역대 두 번째에 이르는 규모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론, 영국 셸과 BP도 지난해 순이익이 138억~360억 달러를 나타내며 최근 10년(2014~2023년) 사이 2022년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실적을 보였다. 러시아 사업 철수 여파로 2022년 일시적인 손실이 반영됐던 프랑스 토탈에너지스는 오히려 순이익이 전년보다 4% 늘어난 2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연초 배럴당 80달러 선이던 국제 유가가 반년도 안 돼 120달러까지 치고 오를 정도로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했던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호실적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6대 주요 석유·가스 업체가 거둔 순이익을 모두 더하면 2022년은 3415억 달러(약 448조원), 지난해는 2421억 달러(318조원)로 2년간 이익 합계액은 5836억 달러(약 766조원)에 이른다. 2022년 기준 세계 GDP 순위에서 24위에 오른 노르웨이(5790억 달러)보다 높고 23위 스웨덴(5860억 달러)에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다.
◇석유·가스에 대규모 투자 이어져
코로나 초기 에너지 수요가 급감하며 적자를 내기도 했던 빅오일 업체의 경영 환경은 단기간에 180도 바뀌었다. 탄소 중립 바람 속 한때 석유·가스 등 주력 사업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지난 2년간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빅오일들은 신규 생산 광구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엑손모빌이 595억 달러를 들여 미국 셰일 시추·탐사 업체인 파이어니어 내추럴리소시스를 사들이고, 셰브론이 남미 가이아나에 대규모 광구를 보유한 석유개발업체 헤스를 53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셰브론은 지난달엔 이스라엘 연안에서 현지 업체와 공동으로 2400만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전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셸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석유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고, BP는 지난 2월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와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이집트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15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아람코도 미국 텍사스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탄 확보에 투자 크게 늘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 바람에 급감했던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나는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코로나 착시 효과로 화석연료 투자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에너지 수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며 “지난 2년간 실탄을 쌓은 대형 업체들이 투자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수개월째 배럴당 80달러 안팎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대형 석유·가스업체는 올해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현재 국제유가는 생산자들도 수익을 내면서 수요 저항 또한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OPEC+(오펙 플러스) 산유국들의 감산 협조가 어느 때보다 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빅오일 업체들엔 호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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