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출제 교사 9명 팀 꾸려, 학원에 문제 2000개 팔고 6.6억 받아”

최훈진 기자 2024. 3.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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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사교육 카르텔’ 감사 발표
“교감 주도 문제 공급 조직도 적발
EBS수능교재 문제 빼돌려 팔기도”
교사 27명 등 56명 경찰 수사의뢰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합숙 과정에서 알게 된 교원 8명을 포섭한 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만들어 팔기 위해 이른바 ‘문제 공급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문제 총 2000여 개를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팔고 대가로 약 6억6000만 원을 받았다. 주도한 교사는 이 중 약 2억7000만 원을 챙기며 세금을 피하려고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돈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11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현직 교원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 업체들과 문제 거래를 통해 돈을 챙긴 ‘사교육 카르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고교 교사 27명, 사교육 업체 관계자 23명, 전직 대학 입학사정관 1명 등 56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현직 교감도 문제팔이 가담

11일 공개된 감사 결과에선 현직 고교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문제를 만들어 팔며 적게는 수천만 원부터 많게는 수억 원의 부수입을 올려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문제 거래 관행은 수능 및 EBS 교재에 문제를 내면서 수능 출제 경향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과 이들로부터 양질의 문제를 받아 적중률을 높이려는 사교육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겼다고 한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원의 영리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학교장 겸직 허가를 받고 EBS 교재나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 출판에 참여하는 것 정도만 가능하다.

적발된 이들 중에는 문제 거래 사실을 숨기고 수능 출제에 관여한 경우도 있었다. 한 고교 교사는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거짓말을 한 뒤 2022년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파견돼 지난해 9월까지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출제에 5차례 참여했다. 수능 관리 규정상 최근 3년간 모의고사 문제 판매 실적이 있으면 출제 위원이 될 수 없다.

EBS 수능연계 교재 초안에 담긴 문제를 발간 전 빼돌린 고교 교사도 적발됐다. 2015년부터 EBS 수능연계 영어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학원강사의 청탁을 받고 EBS 교재 내용을 변형한 문제를 만들어 팔았다. “연구용으로 한 번만 보겠다”며 다른 집필자의 교재를 받아 문제를 빼돌리기도 했다. 7년 동안 그가 문제 약 8000개를 팔고 챙긴 돈은 약 5억8000만 원이었다.

교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현직 교감이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 수능 대비 문제를 사교육 업체에 공급하고 9200만 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고교 교사가 35명을 끌어들여 팀을 만든 후 3년 동안 문제를 팔아 총 18억9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 교육부 “파면 등 중징계 요구”

감사에선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지문이 메가스터디의 일타강사 모의고사와 EBS 수능연계 교재 감수본에 동시에 등장한 배경도 드러났다.

한 고교 교사가 EBS 교재에 해당 지문을 활용한 영어 문제를 출제했는데 이를 감수한 대학교수가 보안서약을 어기고 수능에 같은 지문을 낸 것이다. 일타강사 조모 씨 역시 다른 교사로부터 이 지문을 받아 모의고사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조 씨는 평소 EBS 교재 파일을 출간 전 입수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지만 더 구체적인 내용은 “경찰 수사로 밝혀질 일”이라고 했다.

내신 부정행위 정황도 드러났다. 한 교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온라인 사교육 업체에 내신 예상 문제 7000개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 중 8개를 소속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했다. 이 학교 학생이 해당 업체 강의를 듣고 더 좋은 내신 성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감사원도 ‘내신 부정행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교원들에 대해서는 소속 교육청에 최대 파면 등 중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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