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들려다 ELS가입 80대, 75% 배상… 이익〉손실땐 못받을수도
금감원 ‘손실 사례별’ 분쟁 조정안
판매사-투자자 특성따라 비율 산정… ‘고령자 보호 않고 부당권유’ 책임 커
8차례 투자이력 40대엔 30% 배상… 강제성 없어 법적 소송 번질수도
금융감독원은 A 씨의 경우 판매자 요인(50%), 투자자 특징(고령자, 예적금 가입 목적·25%) 등을 고려하면 약 75%의 배상 비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LS 가입 경험이 2회뿐이고 가입 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이라 차감되는 배상 비율은 없었다.
반면 6000만 원을 투자한 40대 초반 B 씨는 손실의 약 30%를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8번의 ELS 투자 경험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1억 원을 투자한 50대 중반 C 씨는 62회나 가입 전력이 있는 데다 손실 경험까지 있고, 누적 이익이 이번 손실액을 초과해 한 푼도 배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분쟁 조정 기준안’에서 판매자, 투자자별 배상 비율 가산 및 차감 요인을 이와 같이 정교하게 세분화했다. ELS가 공모 형태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팔린 상품임을 고려한 조치다. 투자 연령대가 높고 조기 상환이 가능한 상품 구조상 반복 가입 사례가 많은 점도 금감원의 기준안에 영향을 미쳤다.
● 투자자마다 배상 비율 제각각
판매사 요인만으로는 최대 50%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적합성 원칙(20%), 설명 의무(20%), 부당 권유 금지(25%) 등 불완전 판매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이 적용된다. 이 중 두 가지를 어긴 경우는 30∼35%, 세 가지를 모두 어긴 경우에는 기본 배상 비율이 40%로 책정된다. 여기에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따라 은행은 최대 10%포인트, 증권사는 최대 5%포인트의 추가 배상 비율을 적용받는다.
투자자 요인으로는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이 증가 또는 감소한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5∼15%포인트)이거나 애초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금융사를 방문한 경우(+10%포인트), ELS 첫 투자인 경우(+5%포인트) 등의 사례에서는 판매사의 배상 비율이 그만큼 높아진다.
ELS에 반복해서 고액을 투자했거나 과거 투자로 재미를 본 경우에는 배상 비율이 낮아진다. ELS 가입 횟수가 21회 이상인 투자자는 2%포인트, 31회 이상은 5%포인트, 41회 이상은 7%포인트, 51회 이상은 10%포인트 배상 비율이 깎인다. ELS 손실 경험이 있을 때도 배상 비율이 15%포인트 낮아지는 등 상품 이해도가 높을수록 배상을 덜 받게 된다.
또 ELS 가입 금액이 5000만 원을 넘어서면 금액에 따라 5∼10%포인트 배상 비율이 줄고, 과거 가입한 ELS의 누적 수익이 현재 상품의 손실을 초과하면 비율이 10%포인트 깎인다.
● 배상안 강제성은 없어
금감원은 이날 발표한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판매사들이 자율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하는 눈치다. 개별 지점을 넘어 금융사 판매 시스템 차원의 불완전 판매 행태가 확인된 데다 구체적인 기준안까지 마련된 만큼 금융사들의 자율 배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사의 자율 배상과 금감원의 분쟁 조정 절차 모두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판매사와 투자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향후 법적 소송으로 비화해 다툼이 장기화될 수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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