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남고부 결선 첫날, 완성된 라이벌 매치

조원규 2024. 3. 1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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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춘계 전국남녀 중고농구연맹전이 3월 7일부터 해남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4일간의 예선을 모두 마치고, 11일부터 결선 토너먼트가 시작됐습니다.

 

결선 첫 날, 인천의 제물포고와 송도고가 안양고와 광주고에 승리했습니다. 경복고와 용산고도 무룡고와 인헌고를 제압하고 8강에 올랐습니다. 인천의 명문 송도고와 제물포고, 전통의 명가 용산고와 경복고가 4강 문턱에서 만났습니다.

 

▲ 경복고 임성인 코치

 

대회 전에 만났던 아마농구 지도자들 대부분이 용산과 경복을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습니다. 경복의 높이와 두터운 선수층, 용산의 수비 조직력과 큰 경기 경험은 고교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입니다.

 

임성인 경복고 코치는 ‘라이벌전은 항상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했습니다. 8강이면 너무 빨리 만난 것 아니냐는 말에 ”예선이나 결승이나 이겨야 하는 것은 똑같다“고 했습니다. 전력이 앞선다는 평가에는 ”변수가 많은 것이 라이벌전이다. 전력이 승패를 결정하지 않는다“라며 부담도 내비쳤습니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경복고라서 특별히 의식하는 건 없다“고 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올해도 “경복의 전력이 좋지만, 우리는 우리 농구를 하면 된다”라며 자신감을 비쳤습니다.

용산은 예선 세 경기에서 178점을 실점했습니다. 평균 60점이 안 됩니다. 인헌고와 16강전 실점은 60점입니다. 소위 말하는 짠물 수비입니다. 그런데 작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2학년 배선우(198, F/C)와 김윤서(193, F), 1학년 곽건우(183, G/F) 등 새롭게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한 선수들의 적응이 필요합니다. 이 코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메인 볼 핸들러도 불안 요소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준비했던 김민재(184, G/F)의 부상으로 신입생 곽건우가 갑자기 중책을 맡았습니다. 장혁준(194, G/F)와 백지민(187, G/F)도 볼 핸들링이 좋은 선수들입니다. 문제는 이 선수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에디 다니엘(192, F/C)는 8주간의 KBL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대회 직전인 3월 3일에 귀국했으니 새로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습니다. 예선과 16강전은 늦게 합류한 에디 다니엘이 겨울에 준비한 팀 전술에 맞추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 용산고 이세범 코치

 

경복도 사정은 같습니다. 신입생 가드 윤지훈(184, G/F)도 KBL 해외연수에 참가했습니다. 윤지훈은 첫 경기 11분 45초, 두 번째 경기 23분 36초, 오늘 36분 51초로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윤지훈이 합류하면서 이병엽(180, G/F)은 리딩의 부담을 덜고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과제는 높이의 온전한 활용입니다. 김성훈(204, C)와 윤현성(203, F/C)를 동시에 기용하면 스피드와 외곽 수비에 약점이 노출됩니다. 그렇다고 한 명만 기용하는 것은 팀의 가장 큰 장점, 높이를 일부 포기하는 것입니다. 예선부터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실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임 코치는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고 얘기합니다. 전력이 좋다는 평가가 선수들의 투쟁심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전술했듯이, 전력의 차이가 라이벌전의 승패를 결정하지는 않으니까요.

김영래 제물포고 코치는 “송도고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국체전 예선을 할 때는 라이벌이 맞지만, 전국대회에서 만났을 때는 다른 팀들과 같다”고 했습니다. 전국체전 예선에서 4년 연속 이기고 있다는 깨알 같은 자랑도 흘렸습니다.


최호 송도고 코치는 오늘 승리를 축하한다는 말에 “축하는 어휴…. 다음 경기가 제물포고라 더 신경 쓰인다”고 했습니다. 김 코치의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그럼 나만 라이벌로 느끼나 봐요”라며 웃었습니다.

 

▲ 최호 송도고 코치

 

올해 전력은 송도가 좋다는 평가입니다. 최 코치 역시 임성인 경복고 코치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아니고, 전력의 차이가 얼마나 크겠나. 제물포고도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송도고와 제물포고의 장점은 대척점에 있습니다. 송도고는 개인 능력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볼 무브먼트(ball movement)와 슛 셀렉션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최 코치는 송도고의 농구가 “자유롭게 하다 보니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만, 위기 상황에서 극복하는 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습니다.

제물포고는 주전 가드 세 명의 신장이 180cm를 넘지 않습니다. 대신 빠르고 조직적입니다. 외곽 슈팅 능력이 있어서 코트를 넓게 쓸 수 있고, 돌파나 컷인으로 포스트를 공략하는 움직임도 인상적입니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80점 이상을 득점했고 경기당 12.7개의 3점 슛을 성공시켰습니다.

김영래 코치는 “송도고가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 선수들은 아주 잘한다. 고등학교 4강 전력 안에 들어간다. 우리보다 많이 낫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순순히 승리를 넘겨줄 생각은 없습니다. 매치업의 열세를 조직력으로 극복한다는 계획입니다.

 

▲ 제물포고 김영래 코치

 

라이벌은 ’막상막하의 경쟁상대' 입니다. 관계의 본질은 경쟁입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발전하는 경쟁입니다. 인정과 존중이 없으면 그냥 ’적‘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네 명의 지도자는 서로를 존중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것을 하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가장 큰 라이벌, 경쟁상대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 잘 아는 상대입니다. 14일에 경기가 열리니 이틀의 휴식이 있습니다. 체력을 보충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하기에 알맞은 시간입니다.

 

아마농구도 기지개를 켜는 2024년 3월, 해남에서는 각기 다른 색깔의 네 팀이 멋진 승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_배승열 기자, 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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