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의 동맹관과 가치 외교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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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오차 수준 밖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설령 바이든이 재선되더라도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고, 그래서 트럼프나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결국 한국에 대한 군사·외교뿐만 아니라 통상 차원의 입장과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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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서 독자생존력 갖춰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오차 수준 밖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세계질서를 완전히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의 공약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모든 교역 상대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뿐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에는 흑자가 해소될 때까지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약들은 오히려 얌전한 편에 속한다. 최근 트럼프는 ‘방위비 지출이 미진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격려하겠다’고 발언하며 유럽 국가들을 혼돈에 빠뜨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망발에 가까운 발언에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수 유권자가 침묵하면서 간접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경비 분담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트럼프가 스스로 절친이라고 주장하는 푸틴과 김정은이 원하는 선택을 격려하겠다’는 입장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가 지난 집권 기간에 주한미군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정보가 밝혀졌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는 향후 한·미 간 경제·통상관계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협력 관계에서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예고한다. 최근까지 소위 ‘가치 외교’를 최상위 외교 철학으로 강조해 온 정부의 외교 및 통상정책 방향의 재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7년 이후부터 모든 경제정책의 합리성은 결국 지정학적 요인과 정치적 여건에 의해 재평가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의 국익을 전통적인 동맹관계보다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에서는 트럼프나 바이든 모두 다르지 않음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지자, 바이든과 민주당도 어정쩡한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 결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독자 방위 및 자력갱생 전략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추이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군사적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우리의 동맹국이 영원히 한국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참 순진했음을 트럼프의 직설법이 분명하게 깨닫게 해준다. 핵우산을 포함한 군사·외교적 동맹전략뿐만 아니라, 공급망 안정 등 경제안보와 통상 차원의 동맹전략도 단기 및 중장기 차원에서 재점검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설령 바이든이 재선되더라도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고, 그래서 트럼프나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결국 한국에 대한 군사·외교뿐만 아니라 통상 차원의 입장과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점점 더 참을성이 없어지고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미국 유권자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미국 대통령의 선택지가 좁아진 결과다. 경제 환경과 동맹관계 변화로 인해 반도체 동맹과 기타 공급망 동맹 등 제반 경제동맹 관계에서 우리 경제 및 산업의 중장기적 전략을 냉철하게 재점검할 때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는 늘 혼자였고 또 혼자일 수밖에 없음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깨닫게 했다. 이는 외교 및 통상관계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첨단기술 개발 등 경제안보 문제에서도 소위 ‘자력갱생 전략’이 필요할 수 있음을 한 번 더 확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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