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스페인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쉽지 않은 결정, 건강상의 이유와 함께 고민이 많았던 견학의 시작이다. 8박 10일의 스페인 연수는 여러모로 스스로 가져야 할 무게감과 책임감을 동반해야 하는 일정이고 그 결과까지도 온전히 감당해야 할 무거운 마음이 뒤따르는 출발이었다. 난생처음 14시간이라는 장거리 비행의 부담을 안고 도착한 바르셀로나,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마주하며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환경에서 영감을 얻은 자연주의에 기반한 건축 철학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까사 바뜨요’, ‘까사 밀라’, 아직도 시공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빼어난 건축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웅장한 화려함의 극치에 달했다. 이런 빼어난 건축물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며 천재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벅차올랐다. 가우디 한 사람으로 스페인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한 도시 경제의 축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종교문화를 예술과 함께 관광산업으로 성장시킨 아주 좋은 사례인 듯하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빠에야’와 함께 곁들인 문어 요리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질기다는 선입견을 깨버린 문어 요리에서 우리 지역의 대표해산물 문어 요리들이 떠올랐다.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방문한 보케리아 시장과 산타카타리나 시장에서는 관광객 동선에 맞춘 가판대 배열과 소비자 욕구에 맞춘 소규모 포장 판매 등 지역 농수산물이 한데 어우러져 지역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현장이었다.
다음날 찾은 톱니바퀴 모양의 산을 뜻하는 몬세라트 수도원을 산악기차로 이동했다. 산악기차는 산지가 82%가 넘는 우리 고성에서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하는 관광산업 확대 방안이 될 것이다. 버스로 세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사라고사에서는 도시디자인의 우수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약 27㏊의 호세 안토니오 라베르데타공원은 역사적 설화와 인물들을 접목해 도시민들의 휴식, 운동,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게 꾸며놓았다. 도시와 어우러진 공원을 경험하며, 우리 고성에도 다양한 기능이 함께 하는 멋진 공원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미래를 꿈꾸어 본다.
산세바스티안의 핀쵸거리 방문과 함께 핀쵸음식으로 유명한 인디고 쉐프와 인터뷰를 했다. 이 지방의 주력 농수산물을 이용한 음식은 이방인인 우리 입맛에도 어울렸다. 거리 활성화를 위한 시 차원 지원사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거리 관광 홍보만 해줄 뿐 일체의 지원사업 없이 순수 자영업자들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한 노력에, 작은 해안 도시임에도 관광객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음식 하나에 담겨진 고집스러울 정도의 자긍심이 돋보였다. 대표 음식 발굴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이곳, 비바람을 맞으며 숙소로 오는 길도 가볍게 느껴졌다.
한때 조선업으로 유명했던 빌바오는 한국의 조선업 부흥으로 쇠퇴했다고 한다. 그 쇠퇴기를 극복한 것이 미술관 건립이었다. 그 중심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또한 폐쇄됐던 와인공장을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맞춰 문화 체육 공간으로 탈바꿈해 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 고성의 쓰이지 않는 건물들도 도시재생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
남부지역 말라가로 이동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미하스 마을은 흰색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 지역의 거진, 아야진, 대진 등의 해변 마을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국내 방송에서도 소개되었던 터라 친근하게 다가왔다. 문화유산들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스페인의 노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최초 투우장이 있는 론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누에보 다리를 거쳐 세비야로 이동한다. 화려한 건축물로 인한 감흥은 이제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쯤 스페인 광장에서 만난 사진 찍어주는 소녀가 나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사진을 찍어 현장에서 바로 인화해 주는데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소품들을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꾸며 관광객의 이목을 끌며 지역홍보도 하는 구조였다. 우리도 축제 때 적용할만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저녁 시간을 할애해 플라멩고 공연을 관람했다. 슬프고도 격렬한 춤사위에 매료됐다. 우리 일행 가이드의 아내도 이 춤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단다.
최종 목적지 마드리드로 가기 전 톨레도에서 마주한 엘 그레코의 걸작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감상한다. 이 한 점의 작품을 보기 위해 작은 성당에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에서 이 작가의 그림을 다시 마주했다.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등 스페인 3대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진품 3만 점 중 3000점이 전시된 이곳을 모두 둘러보는 데만 3일 정도 걸린단다. 태양의 문을 뜻하는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의 따스했던 햇살과 차가운 저녁 공기를 함께 느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연수 일정 내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 무거움의 정체가 바로 광장문화였다. 도심 가운데 정치, 문화, 경제가 한데 어우러지는 광장. 새로이 구성될 간성역 주변에 이러한 것들이 함께할 공간이 탄생하길 기원해 본다.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나는 이 글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많은 이들과 이 값진 경험을 공유하며 나누고 싶다. 열두 시간의 장거리 비행과 함께 잘 견디어 준 내 건강에 감사함을 느끼며 이 글을 마친다.
용광열 고성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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