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끈끈한 UFC...트럼프 등장에 '정치적 쇼룸' 되나

이석무 2024. 3.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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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UFC 299 대회를 관전하면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299’. 이날 대회 중계방송 화면에 출전 선수 만큼이나 많이 포착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UFC 메인카드 경기를 앞두고 키드록의 ‘아메리칸 배드애스(American Badass)’라는 음악에 맞춰 마치 UFC 파이터처럼 경기장에 등장했다.

팬들의 박수와 환호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 트럼프는 ‘옥타곤’이라 불리는 철장 경기장 바로 앞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그의 옆에는 딸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함께 자리했다. 현지 중계방송에선 기회가 날 때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을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트럼프가 UFC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UFC 대회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2019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UFC 244 대회에선 두 아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대규모 부대를 이끌고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UFC와 깊고 두터운 인연이 있다. 오늘날 UFC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스포츠이벤트로 자리매김하는데 트럼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1993년 UFC는 처음 시작됐다. 초창기 UFC는 제대로 된 룰 조차 준비되지 않았다, 심지어 글러브도 끼지 않는 ‘맨주먹 막싸움’이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UFC를 ‘인간 닭싸움’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UFC는 지나친 폭력성 때문에 미국내 36개 주에서 개최가 금지됐다. 오죽하면 대회를 열 장소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다. 이때 UFC를 구원한 주인공이 바로 트럼프였다. 2001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랜틱시티에 자리한 옛 트럼프 타지마할 호텔에서 UFC 대회를 열도록 허락했다. UFC는 트럼프가 제공한 장소에서 대회를 열면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와 UFC는 정치적 동지 관계가 됐다. 이후 UFC가 카지노 재벌에게 인수되고 본거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긴 뒤에도 트럼프와 깊은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트럼프가 UFC 경기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트럼프는 다른 스포츠 경기장에선 그를 반대하는 시민들로부터 야유를 종종 받는다. 2019년 당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를 보려다 관중 야유에 시달렸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UFC 경기장에서 어김없이 큰 환호가 쏟아진다. 물론 야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UFC 팬들은 트럼프에게 호의적이다. 그가 UFC를 좋아하고 오늘날 UFC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을 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UFC 팬들은 성향상으로도 잘 맞는다. 오늘날 전세계인들이 즐기는 글로벌 스포츠가 됐지만 UFC는 미국 내에서 기본적으로 블루컬러 백인들의 스포츠다. 야구처럼 복잡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도 화끈하고 직관적이다. 이는 마초적이고 우월한 힘을 강조하는 트럼프의 성향과도 일치한다.

UFC 선수들 가운데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가 제법 있다. UFC에서 ‘스턴건’ 김동현을 이긴 적이 있는 전 웰터급 챔피언 콜비 코빙턴(미국)이 대표적이다. 코빙턴은 기자회견 등에서 트럼프의 대표적인 대선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라고 쓴 빨간색 모자를 쓰고 노골적으로 지지 발언을 하곤 한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경기에서 현 챔피언 리온 에드워즈(영국)에게 판정패한 뒤 코빙턴은 “이 경기는 마치 2020년 당시 ‘조작된’ 대선과 같다. 우리를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며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고 인플레이션을 낮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뿐”이라고 경기와 상관없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도 자신에게 맹목적인 팬심을 보내는 코빙턴을 좋아한다. 코빙턴의 경기가 미국내에서 열릴 때마다 다양한 형태로 그를 응원한다. 심지어 대통령 재임 시절 코빙턴이 승리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하기도 했다. 대통령 주최 행사에도 코빙턴을 초대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냈다.

UFC를 이끄는 데이나 화이트 대표도 트럼프가 유세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지원연설에 나선다. 트럼프가 UFC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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