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탄생’ 16세 오수민 "프로대회서 또 톱5 오르고 싶어요"[주목 이선수]
2008년생 아마추어 국가대표…평균 260야드 장타
생애 첫 우승 경쟁에도 거침없는 스윙과 플레이
파5홀 두 번째 샷 때 드라이버 잡는 ‘패기’
“하나금융 모자 쓰고 오거스타내셔널 가는 것 목표”
오수민은 지난해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 송암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등 주니어 무대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기대주였다. 올해는 일찌감치 국가대표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올해 1월부터 아마추어 이효송, 에스더 권, 안성현과 함께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단독 3위(15언더파 )에 올라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오수민은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며 이변을 예고했다. 2017년 최혜진 이후 7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이자 KLPGA 투어 역대 네 번째로 어린 우승자(15세 5개월 23일)가 탄생할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오수민은 초반 긴장한 탓에 3번홀까지 보기 2개를 범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4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고 페이스를 되찾았다. 생애 첫 챔피언 조 경기에도 기죽지 않고 줄곧 제 플레이를 펼쳤다. 지면 반력을 이용한 파워풀한 스윙과 거침없이 핀을 공략하는 대담함은 골프팬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특히 오수민의 과감함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은 마지막 18번홀(파5)이었다. 김재희(23), 방신실(20) 등 프로 언니들과 팽팽하게 우승 경쟁을 펼치던 오수민은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선두 김재희에 2타 차로 뒤졌다.
오수민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려 이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드라이버를 잡는 승부수를 띄웠다.
프로 대회 파 5홀에서 드라이버로 두 번째 샷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흔하지 않다. 드라이버는 헤드가 커서 티를 꽂지 않고 잔디에 공을 놓고 샷을 할 경우 정타를 맞히기 쉽지 않다.
오수민은 드라이버 헤드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공을 맞혔다. 공이 그린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과감한 플레이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방신실은 “방금 드라이버로 친 거야?”라고 물으며 놀라워했다.
오수민은 이 홀에서 파를 기록해 단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우승자인 김재희만큼이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오수민은 “마지막 홀이니까 후회 없이 과감하게 플레이해보자고 생각해서 드라이버를 잡았다”며 “평소에 맨땅에 공을 놓고 드라이버를 치는 연습을 많이 했고,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종종 그런 샷을 구사한 덕분에 고민하지 않고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KLPGA 투어 대회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써낸 이 여고생 골퍼는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많이 배운 대회였다”며 “마음이 급해질 때 차분해지는 방법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욕심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며 “대회 목표는 컷 통과와 베스트 아마추어였다. 초반에 보기가 나온 점이 아쉽기는 했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느낀 점이 많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프로 대회에서 또 한 번 톱5에 오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수민의 롤모델은 ‘돌격대장’ 황유민(20)이다. 오수민은 “(황유민 언니는)거침없이 치는 게 정말 멋있다”며 “저도 그렇게 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오수민의 올해 목표는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 모자를 쓰고 오거스타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에 참가하는 것이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야 하는 다른 국제대회와 다르게 오거스타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는 개인 유니폼 착용이 가능하다.
오수민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 잔디를 밟아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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