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들의 ‘문항공급조직’까지…56명 수사 요청
[앵커]
재작년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항 지문입니다.
당시엔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던 영어 원서 일부를 활용한 건데요.
그런데 수능 직후 한 유명 학원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속 지문과 '판박이'란 논란이 일었습니다.
교육부가 뒤늦게 사과는 했지만 교사와 입시학원 간 거래 의혹은 풀리지 않았었는데, 오늘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입시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모의 고사 문제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알려진 것 이상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논란의 23번 지문'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EBS교재 감수본, 유명 학원강사의 모의고사, 이후 실제 수능 이렇게 세 군데 등장했습니다.
각각에 참여한 고교 교사, 수능 출제위원, 학원 강사는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지만, 감사원은 우연일 수 없고 유착이 의심된다고 봤습니다.
[김영호/감사원/사회복지감사제4과장 : "264페이지 분량의 책인데, 79페이지 부분만 EBS 교재와 수능, 사설 모의고사의 지문으로 출제된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어 수사 의뢰한…."]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부실 검증과 논란 축소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수능 문제가 기출 문제와 겹치지 않도록 하는 사전 검증 대상에서 문제가 된 학원 강사 모의고사는 누락됐습니다.
평가원 담당자들은 '23번 문항' 논란을 축소하려고 서로 공모해 이의심사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현직 교사와 입시업계의 조직적 거래도 다수 적발됐습니다.
수능 출제위원이었던 한 교사는 비슷한 경력의 교사 8명을 모아 모의고사 문제 2천 개를 만들어 팔았고, 가족과 출판업체를 차려 현직 교사 수십 명을 '문항공급 조직'으로 활용하면서 십 수억 매출을 올린 교사도 있었습니다.
학원에 내다 판 문항을 다시 학교 내신시험에도 출제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드는 유착이 뿌리깊다고 본 감사원은 비위가 심각한 현직 교사, 학원 강사 등 56명을 우선 경찰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여기에 교사 200여 명을 추가로 조사 중이어서, '사교육 카르텔'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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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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