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외국인 돌보미 도입 이미 늦었다
한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 제시
“갈등 유발” 반대 노동계가 문제
정부, 실용적 해법으로 속도 내야
3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며칠 동안 병실에서 간병을 해보니 힘에 부쳤다. 코로나19 시국이라 간병인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우리나라 간병인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같은 병동의 중국 동포 간병인에게 부탁해 일당 15만원에 다른 중국 동포 간병인을 구했다. 하지만 말도 잘 안 통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웃돈을 요구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보고서를 보면 국내 돌봄 서비스 인력의 수급 불일치와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간병·가사 서비스 인력의 부족은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 61만∼155만명에 달한다. 극심한 인력 부족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간병비는 작년 기준 월평균 370만원, 가사 비용은 264만원이다. 이런 탓에 가족 간병이 늘고 여성은 퇴직과 경력 단절 등 경제활동의 기회비용이 급증세다. 특히 가족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42년 최대 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사적 계약 방식으로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 그리고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돌봄 서비스업을 추가해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법 개정이 필요 없고,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에 해당되지 않아 최저임금보다 낮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만1433원인 데 비해 홍콩은 2797원, 대만 2472원, 싱가포르는 1721원에 불과하다.
오는 6월부터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100명이 6개월간 서울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문제는 월 200만원의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ILO 협약에 따라 국내 근로자와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보수를 외국인 도우미에게 줄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도 외국인 도우미 급여가 내국인 대비 충분히 낮아진 뒤에야 활성화됐다.
노동계, 인권단체들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반대한다. 지난해 비슷한 취지를 담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은 노동계 반발에 철회되고, 최저임금위원회 안건으로 오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도 부결됐다. 노동계는 돌봄 서비스직 임금 수준을 높이고 정부가 지원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간병비 부담이 더 늘고 재정적자를 키울 뿐이다. 정작 저임금 외국인 돌보미가 필요한 이들은 중산층·서민 아닌가.
일본은 동남아시아에 간병인 교육기관을 만들어 현지에서 양성해 받아들인다. 오스트리아는 저임금 외국인 간병인 고용이 늘자 자녀의 경제활동 제약이 완화됐다. 외국인 간병인을 늘려야 시장 원리에 따라 간병비도 낮출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에게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 이상 없고,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려면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쉬운 대책은 없다. 정부가 실용적인 해법을 갖고 속도를 내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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