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햇살 단추

2024. 3. 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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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불쑥 들이친 햇살을 만끽하는 것만으로 기분은 나아지곤 한다.

줄곧 경쾌한 어조로 햇살을 이야기하는 이 시는 얼핏 밝고 아기자기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쓸쓸하다.

빛과 함께 당도한 "추억 마차"에는 "마부"가 보이지 않고. 빛을 받고 선 이는 지금 여기를 멋대로 비집고 나온 추억, 그러니까 그 "아름다운" 것으로 인해 조금은 두려운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기어코 "저 햇살 단추"를 눌러 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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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느티나무를 건너 거실까지 찰나에 스며드는
아침 햇살 당신은 초인종 소리도 없이 들이닥친 낭보?

일상의 잔뿌리까지 떨렸을까? 이 아침의 달콤한
추억 마차엔 마부가 안 보이는데 마차마저 녹아내리는
햇살에 앉아

지금에 집중할 뿐인데 아름다운 생각이 새어 나와
- 여보세요?
저기 저 햇살 단추 좀 눌러주실래요?
가만히 앉아 불쑥 들이친 햇살을 만끽하는 것만으로 기분은 나아지곤 한다. 이토록 따사한 빛이! 기꺼이 뺨을 간질이는 빛의 줄기가 더없이 귀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일상의 잔뿌리까지 떨렸을까?” 하는 시인의 들뜬 기색에 충분히 동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속에 함께 깃든 어떤 당혹감 또한 헤아리지 않을 수 없겠다.

줄곧 경쾌한 어조로 햇살을 이야기하는 이 시는 얼핏 밝고 아기자기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쓸쓸하다. 빛과 함께 당도한 “추억 마차”에는 “마부”가 보이지 않고…. 빛을 받고 선 이는 지금 여기를 멋대로 비집고 나온 추억, 그러니까 그 “아름다운” 것으로 인해 조금은 두려운 마음인 것 같다. 지금 여기에 대한, 현재의 삶에 대한 “집중”을 빼앗기게 될까.

아름다움이란 으레 그런 것인가 보다. 이미 내 몫이 아닌 아름다움이란. 과거에 놓인 추억이란. 찬란하고도 위험한 것. 그래서 시인은 기어코 “저 햇살 단추”를 눌러 껐을까. 끌 수 있었을까.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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