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유선종]전세 사기, 계약 시 공제 제도 개편 통해 막아보자
계약 시 첨부되는 공제증서 건별로 발급
거래 실시간 파악해 전세사기 차단 기대
전세 사기의 유형으로는 깡통전세, 가짜 임대인과의 계약, 불법 중개, 전월세 이중계약, 동일 매물 다중계약, 신탁회사 소유 주택 사기, 전세대출 사기, 미납 국세 및 임금채권 사기, 계약 직후 임대인 변경 후 잠적, 계약 직후 근저당권 설정, 선순위 근저당 말소조건 미이행, 일시적인 전입신고 말소 요청, 다가구 주택 선순위보증금 허위 고지 등 너무나 다양하다. 신축 빌라의 경우 거래 사례가 없어 세입자가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다. 부동산 계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은 이러한 유형의 전세 사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세 사기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자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하여 우선매수권 부여, 경·공매 유예, 매입 임대 제공, 금융·법률지원 등을 급조하였고,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식 지원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전세 사기로 삶의 기반을 상실한 피해자의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한 해결 방안 모색은 그 선의와는 별개로 금융 사기, 코인 사기 등과 비교할 때 전세 사기를 특별히 ‘선구제 후회수’로 우선시하기에는 반시장적인 요소가 있다. 즉, 이와 유사한 경우의 요구를 막기 어렵고, 국가의 재정 부담은 세 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 사기 대위변제액으로 인해 약 5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정부로부터 4조 원의 현물 출자를 받게 되었고, 보증 한도를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세 사기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나 해결이 가능한 것일까. 사기꾼이 작심하고 사기 치는 것을 막기는 어렵겠지만, 계약 초기 단계부터 전세 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공제제도의 개편을 통한 해결 방안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개업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공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협회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공제증서에 기재된 공제가입금액으로 개인의 경우 2억 원을 한도로 하고 있다. 현재 공제증서는 계약이 이루어질 때마다 복사해서 계약서에 첨부하여 교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제증서를 교부할 때마다 복사해서 첨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제증서 교부 시에 공제플랫폼(가칭)을 통한 건별공제방식(가칭)으로 개편한다면 부동산 중개를 수반하는 거래 시스템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건별공제방식이란 공인중개사협회가 운영하게 될 공제 시스템에 접속해 공제증서를 계약 시마다 발급받아 첨부하도록 하는 거래 관행의 개편을 말한다.
이러한 건별공제방식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특정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 시 첨부되는 공제증서가 건별로 발급됨에 따라 전산화된 거래계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계약서 작성 시점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즉, 계약서 작성 시점부터 부동산 거래 내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므로 상당한 기간이 경과된 후에 문제가 불거지는 전세 사기 등을 계약 시점에 억제할 수 있게 된다.
건별공제방식은 전산화가 수반되므로 거래실적 데이터베이스(DB)는 부동산 거래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게 될 것이고, 개업 공인중개사의 거래실적 DB가 공제플랫폼에 축적되며, 개업 공인중개사의 거래실적이 건별공제를 통해 리포트됨에 따라 개업 공인중개사의 세금 탈루를 억제할 수도 있게 된다. 거래실적에 따라 공제비를 지불하게 되므로 개업 공인중개사의 거래실적에 따라 공제비를 부담하는 응능의 원칙이 적용되기도 한다.
나아가 모든 부동산 거래 정보가 공제플랫폼에 탑재됨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빅데이터가 자연스럽게 공제플랫폼에 축적되게 되는데 이러한 공제플랫폼은 대출, 세무, 법무 등기업무, 이사, 인테리어, 리모델링 등 부동산 거래로 인해 수반되는 다양한 광고와 홍보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공제플랫폼에 부가될 수 있어 공제플랫폼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주택토지국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해 본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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