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에게 내분 후유증 떠넘긴 축구협회[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4. 3. 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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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대표팀 선발 명단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포함시켰다.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경질 과정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대한축구협회는 임시 감독 선임 과정에서조차도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잡음을 일으키면서까지 황 감독을 급하게 임명했었다. 그런 협회가 손흥민(토트넘)-이강인 갈등과 그 이후의 해결 과정에서 협회 차원의 조사와 징계 없이 황 감독의 선수 선발에 징계 및 포용의 의미를 포함시키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 서둘러 떠넘긴 상태에서, 황 감독은 이번 선수 선발로 인한 반발 여론과 후유증이 일어날 경우 그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안게 됐다. 황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이러한 무책임한 협회의 대응 과정을 보면 대표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협회 자체도 혁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대표팀은 그동안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을 이끌어 오는 역할을 했다. 6·25전쟁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이후로 축구 대표팀은 국민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 이러한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개최하며 4강 신화를 이룸으로써 전성기를 열었다. 이러한 성취의 긍정적 여파는 이후 세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고 후속 스타들을 길러내는 기름진 토양이 되었다.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스타들이 이러한 토양 위에서 자라난 소중한 자산들이다.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협회 행정의 최근 난맥상은 이러한 국민들의 축구 사랑과 그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과 경질, 아시안컵 4강 탈락, 선수단 내분 과정 등은 협회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제는 협회의 태도가 지금 당장의 문제들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일들까지 걱정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는 협회가 축구계 현실 문제 처리에 있어서 불합리한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역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축구에 뒤처졌던 일본은 현재 한국 축구를 거의 추월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축구계가 스스로의 약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한 자기 진단과 전략을 발표한 것은 2005년이었다. 일본은 이때 소위 ‘일본축구협회(JFA) 선언’이란 것을 통해 장기 목표 및 세부 실행 과정을 세웠다. 강팀들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일본 현실에 맞게 접목시키고자 했고 이런 과정을 ‘일본의 길’이라고 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축구 인구 1000만 양성과 2050년 월드컵 우승 계획이다. 저변 확대 없이 축구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은 이를 위해 행복하고 즐겁게 축구를 즐기자는 축구문화 확산 방안을 세웠다. 동시에 선수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 국내리그 활성화와 유소년부터의 단계별 선수 육성 방안 및 지도자 양성 계획을 세웠다. 보다 세밀하게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분석해 포지션별로 지향해야 할 기술적 정신적 신체적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런 구체적 실행 방안을 통해 오랜 시간 실력을 다져가고 있는 일본 축구의 저력은 이제 무시하기 힘들게 됐다.

한국도 유소년 축구 활성화 및 국내 리그 활성화 등 기본적인 계획과 방침은 서 있지만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일본의 2050년 월드컵 우승 목표 및 1000만 축구 인구 양성에 대비할 만한 한국 축구의 목표는 무엇인가.

도전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세우는 것은 설사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있어서의 자기 개혁 및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과 동기를 준다.

최근 좌표를 잃은 듯 무원칙한 모습을 자주 보여 온 대한축구협회에는 이러한 구체적 방향 설정과 일관성 있는 실행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협회는 스스로를 진단하고 개혁방안을 담은 ‘한국의 길’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과 함께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진단에는 한국 축구의 제반 사안뿐만 아니라 협회 자체의 생산성과 합리성을 막는 요소들 및 이들을 제거하고 건전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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