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신랑·96살 신부…그들이 노르망디로 가는 이유 [SNS&]

안경애 2024. 3. 1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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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참전용사의 '특별한 결혼식'
오는 6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의 결혼을 앞둔 해럴드 테렌스(오른쪽)씨와 약혼녀 잔느 스웰린씨. 사진=AP통신
오는 6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의 결혼을 앞둔 해럴드 테렌스(오른쪽)씨와 약혼녀 잔느 스웰린씨가 댄스를 즐기고 있다. 100살, 96살인 두 사람은 사랑은 나이와 상관 없다고 말한다. 사진=AP통신
해럴드 테렌스씨가 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 승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X

"저는 이 소녀를 사랑해요. 그녀는 정말 특별해요."

"그는 놀라운 사람이에요. 나를 너무 사랑하고 그 사실을 늘 말해주죠. 그리고 그는 가장 훌륭한 키스꾼이에요."

3년 전부터 사귀기 시작해 오는 6월 결혼을 앞둔 해럴드 테렌스씨와 약혼녀 잔느 스웰린씨가 다가오는 결혼식에 대해 의논하면서 마치 10대의 연인처럼 입을 맞추고 손을 잡았다.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여느 예비 부부와 다를 바 없이 행복에 겨워하는 이들의 나이는 각각 100살, 96살이다. 두 사람의 나이를 합하면 두 세기에 달한다.

두 사람에게는 나이보다 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두 사람이 결혼 시기를 오는 6월, 장소를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주변으로 잡은 것은 정확하게 80년전 일어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AP통신과 주요 외신, 소셜미디어(SNS)에 따르면 20살 때 2차 세계대전에 미국 공군으로 참전했던 테렌스씨는 연합군이 나치 독일 치하의 프랑스 노르망디에 1944년 6월 6일부터 펼친 상륙작전 당시 전쟁에도 참전 중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이자 연합군이 유럽을 탈환하는데 발판을 마련한 최초의 작전이었다. 디데이(D-DAY)라는 말은 이 작전의 게시일을 뜻하는 용어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오는 6월 노르망디 지역에서 열리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후 해변 근처의 한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미 뉴욕 출신인데 100년 가까이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오다가 운명처럼 만났다. 테렌스씨는 1942년에 입대해 이듬해 영국으로 파견됐다. 이후 연합군 전투기 부대에 무선통신 엔지니어로 배속됐다. 그와 한 전투기에 탄 조종사들은 모두 전쟁 당시 목숨을 잃었다.

디데이 당일이었던 1944년 6월 6일에 테렌스씨는 프랑스에서 작전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들이 전투에 다시 투입될 수 있도록 수리 작업에 투입됐다. 그날 그가 소속된 부대의 동료 조종사 중 절반이 사망했다. 이후 그는 프랑스로 가서 독일인 포로들과 석방된 미국인 포로들을 영국으로 이송하는 것을 도왔다. 이후에는 비밀 임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에서 작전을 수행할 당시는 사막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질에 걸려 죽을 뻔하기도 했다. 한번은 영국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집 종업원과 실랑이가 붙기도 했다. 한잔 더 마시겠다는 테렌스는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는 종업원 때문에 쫓겨나다시피 술집을 나와야 했다. 그런데 그가 쫓겨난 직후 독일군이 쏜 미사일에 술집이 흔적없이 사라졌다.

1945년 5월, 전쟁이 끝난 후에는 연합군 포로들의 영국 수송을 돕다가 한 달 후 미국으로 귀환했다. 이후 1948년 결혼해 두 딸과 아들을 낳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했다. 교사이던 부인이 은퇴한 후에는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이사했다. 70년의 결혼생활은 2018년 아내의 죽음으로 끝났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8명의 손주와 10명의 증손주가 있다.

스웰린은 21살에 결혼한 후 40살에 남편의 죽음으로 혼자가 됐다.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전업주부이던 그는 재혼을 했는데 두번째 남편도 18년만에 먼저 세상을 떴다. 이후 세번째 결혼해서 25년간 함께 살던 남편도 2019년에 먼저 죽음을 맞았다. 스웰린은 7명의 손주와 7명의 증손주를 두고 있다.

2021년에 스웰린과 테렌스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스웰린의 세번째 남편의 딸이었다. 자신의 딸과 테렌스의 손주들이 함께 한 캠프에서 테렌스를 만나 친분을 쌓은 그녀는 테렌스를 점심식사에 초대해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도록 했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두 사람은 두번째 만남에서 불꽃이 튀었다. 테렌스는 말을 잃고 식욕까지 떨어졌다. 평소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테렌스는 친구에게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웰린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94세의 스웰린도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단단히 반했어요."

몇달후 테렌스는 무릎을 꿇고 스웰린에게 반지를 건네며 청혼했다. 두 사람은 가족들과 5월말 파리로 향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테렌스는 몇 남지 않은 2차 세계대전 생존 참전용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1600만명의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12만명 정도다. 디데이 80주년 행사를 마친 후에는 전 가족이 노르망디 근처 카렌탄레마레 마을로 이동해서 6월 8일, 오래된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결혼식을 주관하기로 한 장 피에르 카렌탄레마레의 시장은 AP통신에 "그들의 결혼식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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