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통신 “러시아에서 대한민국 국민 간첩 혐의로 체포”
기밀 정보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 구금
간첩 혐의 유죄 시 최대 20년 징역형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러시아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간첩 혐의로 법 집행 기관에 체포됐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스통신은 이날 러시아 사법 당국자를 인용해 “간첩 범죄 수사를 받는 한국인 신원을 확인했다”며 그의 성씨가 ‘백’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백씨가 올해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체포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타스통신은 또 “백씨는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며 “그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법원도 이날 비공개 심리에서 백씨 구금 기간을 오는 6월15일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백씨가 구금된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대부분 수감자를 독방에 가두는 등 악명이 높다. 특히 지난해 3월 간첩 혐의로 붙잡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도 이곳에 구금돼 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러시아 형법에서 간첩 행위에 관한 조항은 러시아 국가 기밀이나 군대·당국의 보안 등에 대한 정보를 외국정보기관 지시에 따라 수집·절도·저장하는 등의 혐의가 있는 외국 시민권자와 무국적자에게 적용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를 들어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지난 1월 중국에서 육로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입국한 며칠 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그는 종교 관련 종사자로 알려졌다.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 함께 온 백씨 아내도 FSB에 붙잡혔지만, 현재는 풀려나 한국에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지난 1년간 여러 국적의 외국인을 다양한 범죄 혐의로 체포하거나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1년 가까이 러시아에 구금 중인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간첩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마 성분이 든 젤리를 소지하고 러시아에 입국한 38세 독일인 남성이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지난달 FSB는 미국과 러시아 이중국적을 지닌 33세 여성을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반역죄 혐의로 체포했다.
AP는 러시아가 외국에 수감된 자국민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외국인에게 범죄 혐의를 씌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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