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뒷돈 받고 '문제' 거래"...56명 수사요청
[앵커]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서 뒷돈을 받고 문제를 거래한다는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이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56명에 대해 수사요청을 했는데, 이 중에는 논란이 됐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관련자들도 포함됐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A 교사는 지난 2018년부터 사교육 업체에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주고 금품을 챙겼습니다.
그러다 이듬해 6월부터는 배우자가 아예 출판업체를 세워 책을 팔았습니다.
문제는 현직 교사 35명이 만들었는데, EBS 교재나 모의 평가 출제를 위해 합숙을 하며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3년 동안 18억9천만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EBS 교재 출간 전에 파일을 빼돌려 변형 문항을 제작해 학원 강사에 판 교사는 8천 개 넘는 문제를 건네고 6억 원 가까이 챙겼습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가욋돈을 벌면서 이 문제를 자기 학교 시험에 출제하기도 했습니다.
교사 복무행위를 지도 감독해야 하는 교감도 동문 선후배와 함께 문제 제작팀을 꾸려 학원 등에 내다 팔았습니다.
보통 메신저 단체 방을 통해 소통했고, 일부는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판박이 지문'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관련자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수능에 유명 일타 강사가 낸 지문이 그대로 나와 논란이 불거진 건데, 한 대학교수가 출간을 앞둔 EBS 교재를 감수하면서 봤던 문제를 수능에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타 강사'는 지문의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사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로 발간했는데, 구체적인 유착 관계는 확인 못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일 처리를 부당하게 한 점도 확인됐습니다.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 검증이 부실했고, 이에 대한 이의신청 또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능 이후 EBS가 평가원에 연락해 대학교수가 출간 전 지문을 무단 사용한 사실을 전달했는데도 평가원은 이를 덮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정확한 유착 관계 확인을 위해 혐의가 확인된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경찰에 수사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넘겼습니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인 27명이 현직 교사이고 23명이 강사와 학원 관계자입니다.
[김영호 /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제4과장 :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2024년 2월 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교원·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5천만 원 넘게 금품을 챙긴 교사로 제한한 것이 이 정도이고, 그 이하 금액을 포함하면 현재 2백 명 넘는 인원을 조사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YTN 이승배입니다.
촬영기자 : 이동형
영상편집 : 김지연
그래픽 : 유영준
YTN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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