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는 윤영철 놀이터되나… 번뜩이는 모서리 투구, 5년 뒤 기대할 수밖에 없다

김태우 기자 2024. 3. 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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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 시스템 도입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 중 하나가 될 윤영철 ⓒKIA타이거즈
▲ 첫 실전 등판이었던 10일 창원 NC전에서 윤영철은 ABS 시대에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우리보다 더 빨리 이 시스템을 실험한 메이저리그도 선수노조 및 심판노조의 반대로 아직 도입하지 못한 신문물이다. KBO리그에서도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불신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격적으로 도입한다.

이 시스템의 뚜껑이 아직 다 열리지는 않았다. 투수가 유리할지, 타자가 유리할지, 투수가 유리하다면 제구력 위주의 투수가 유리할지, 강속구 투수가 유리할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안다. 당초 현장에서는 존의 영향을 그렇게 크게 받지 않고, 가장 확실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구위형 투수가 조금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제구형 투수도 이 존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증명한 투수가 있다. 바로 2년차 좌완 윤영철(20)이다.

윤영철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지난해 기준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30㎞대 후반에서 140㎞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디셉션 동작,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정교한 제구력으로 신인 시즌 좋은 성과를 냈다. 윤영철은 지난해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승리하더니 1군 시즌 25경기에서 122⅔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4.04라는 긍정적인 성적을 거뒀다.

보통 신인들은 제구보다는 구위로 승부하는 편이다. 존 구석구석을 찌를 만한 제구에 자신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구가 좋다”는 평가 속에 입단한 선수들도 막상 1군 마운드에 서면 그 장점을 잃는다. 하지만 윤영철은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높은 확률로 던질 수 있다. 공 하나씩을 조절하며 타자들을 유인하고, 원하면 허를 찌르는 높은 쪽 변화구를 던질 만한 배짱도 가지고 있다. 그게 윤영철이 가진 차별성이다.

그런 윤영철이 ABS 시스템을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큰 화제였다. 그리고 첫 등판에서는 나름 긍정적인 면을 확인했다. 윤영철은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졌다. 3개의 안타를 맞으며 2실점하기는 했으나 ABS 존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윤영철은 지난해 높은 쪽, 그리고 몸쪽 높은 쪽에 대해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콜이 박한 경향이 있었다. 나름대로 전략을 가지고 던지는 존인데 볼이 돼 어려움을 겪었다. 윤영철이 좋은 제구력과 커맨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볼넷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구위가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윤영철은 최대한 보더라인 피칭을 해야 하는데, 심판이 인간인 이상 사람마다 존이 다를 수밖에 없어 안 맞는 주심과는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ABS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그런 여지가 끼어들지 않는다.

이날 윤영철은 마치 실험이라도 하듯 보더라인에 많은 공을 던져보며 ABS 시스템을 테스트했다. 보더라인에 들어간 공은 대체적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특히 높은 쪽 코스에 지난해보다 콜이 더 나오며 카운트 싸움에서 힘을 얻기도 했다. 적어도 지난해와 비교해 손해는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 지난해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가진 윤영철은 2년 차에 들어 구위와 제구 모두에서 기대를 모은다 ⓒKIA타이거즈
▲ 윤영철이 구위 증강 프로젝트를 몇 년에 걸쳐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 ⓒKIA타이거즈

물론 보더라인 피칭만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는 없다. 결국에는 힘과 힘으로 붙어 이겨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윤영철은 올해 구속 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파이어볼러까지는 아니다. 10일 경기에서 실점한 것도 이런 부분에서는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구력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거나 최소한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구위 증강을 이뤄내느냐가 윤영철의 경력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러나 윤영철은 아직 2년 차 선수고, 앞으로 갈수록 몸이 더 좋아져 언젠가는 완성 단계에 올 것이다. 큰 부상만 없다면 구위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다 완성 시점에 이르는 4~5년 뒤에는 많은 것을 갖추고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에이스급 선수로의 진화도 기대된다. 장점을 잃지 않는다면, 단점을 보완할 기회는 계속 온다. 윤영철의 향후 과정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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