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홍해 뱃길…쪼그라든 수출 경쟁력
4개월간 대EU 수출액 전년 대비 10.8% 감소…해운사만 호실적
지난 6일(현지시간) 아덴만에서 그리스 벌크선 선원 3명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 무역항로 불안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이 최단 경로인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가는 상황이 4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뱃길이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사태가 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 차질 등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등 국내 해운사들은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서 오는 우회로를 이용하는 중이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명분으로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아덴만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희망봉 우회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항해 거리가 9000㎞가량 길어 운항 소요 시간도 늘어난다. HMM이 운영하는 부산~로테르담 노선의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왕복 12주가 걸리는데,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왕복 기준 2~3주가 추가됐다.
운항 거리 증가로 선박 공급이 부족해진 데다, 중국 춘제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늘면서 올 초 해상 물류비가 급등했다. 지난해 내내 1000 안팎에서 움직이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말부터 빠르게 상승해 지난 1월엔 2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홍해 사태의 영향은 해상운임 급등과 납기 지연 등 수출입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철도운송이라는 대체재가 있는 중국 화주와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홍해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간 대유럽연합(EU) 수출은 217억95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8% 감소했다.
반면 운임과 실적이 연동된 해운사들은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경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사들이 새로 발주한 선박들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대거 투입될 예정이라 홍해 사태의 진행 양상에 따라서는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에 홍해에서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당분간 국제 물류 차질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 물동량은 평상시의 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선원 사망 사건으로 홍해를 거치는 선박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선원 노동조합인 국제운수노련은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희망봉 우회노선을 이용해달라고 글로벌 선사들에 최근 요청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라마단 전 휴전이 불발된 데다, 만일 전쟁이 끝나더라도 후티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기 위해 무력시위를 계속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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