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이번엔 ‘세탁건조기’ 격돌

노도현 기자 2024. 3. 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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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부터 건조까지 일체형, 침체된 가전시장 분위기 반전 카드
30%인 건조기 보급률 주목…LG 내달 일반형 출시, 경쟁 본격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침체했던 가전시장이 연초부터 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이어 내놓은 신제품 ‘일체형 세탁건조기’로 들썩이고 있다. 삼성은 단독 건조기 수준 못지않은 성능을 앞세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고, LG는 프리미엄 라인에 이은 일반형 제품까지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설 태세다.

이무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11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탁건조기 제품이 국내에서 건조에 대한 보급률을 훨씬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체형 제품인 ‘비스포크 AI 콤보’(출하가 399만9000원)를 선보였다.

사실 20년 전에도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열로 말리는 ‘고온히터 방식’이라 옷감이 많이 상하고 전기 사용량도 엄청났다.

최근 나온 세탁건조기는 기존의 단독 건조기처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냉매 순환을 통해 공기의 온도·습도를 변화시켜 옷감의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다. 건조한 공기가 드럼 안을 돌며 빨래를 말리고,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는 열교환기를 통해 제습이 이뤄진다. ‘저온제습 방식’이라 건조도 잘되고 옷감이 상할 우려도 적다.

업계에 따르면 한 해에 국내 가전시장에서 팔리는 드럼세탁기는 100만대, 건조기는 83만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건조기 보급률이 30%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따로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번에 공간 효율성을 높인 일체형 제품이 나온 만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비스포크 AI 콤보가 출시 사흘 만에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고, 지난 7일 기준 누적 3000대를 넘었다는 점은 일체형 세탁건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보여준다.

다만 가족 구성원이 많아 빨래가 다량 나온다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쓰는 게 더 편리할 수 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설계 공간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이라 단독 건조기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해 동일한 건조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세탁용량 25㎏, 건조용량 15㎏으로 일체형 제품 중 국내 최대 건조 용량을 갖췄다. 셔츠 17장에 해당하는 3㎏ 분량을 99분 만에 세탁하고 말린다.

이 부사장은 “하부에 있던 히트펌프를 상부로 올리고 자동세제함을 하부로 내리면서 구조를 완전히 뒤바꿨다”며 “열교환기를 단독 건조기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도 콤팩트하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밝혔다.

경쟁사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내놨다. 세탁 및 건조 용량은 각각 25㎏, 13㎏이다. 제품 하단에는 섬세한 의류나 기능성 의류는 물론 속옷, 아이옷 등을 분리 세탁할 수 있는 4㎏ 용량의 미니워시가 탑재된 게 특징이다.

프리미엄 라인인 데다 미니워시까지 갖춰 가격이 690만원에 달한다.

양사의 경쟁은 다음달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가격을 낮춘 일반형 제품까지 4월에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먼저 일반형 세탁건조기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일반형 라인업 추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선보인 세탁건조기를 이달 미국 시장에도 출시하고, 2분기 내에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체로 판매 지역을 넓힐 방침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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