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또 올랐다고?”…제품 값 인상 주기 짧아져

임지선 기자 2024. 3. 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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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9.1개월서 6.4개월로 단축
팬데믹 이후 ‘조금씩 자주’ 올려
물가 1%P 오를 때 빈도 1%P ↑

버거킹의 대표 햄버거 메뉴인 와퍼는 2022년 1월만 해도 6100원이었으나 6개월 뒤인 7월 69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3월 또 200원이 올라 7100원이 됐다. 1년 사이 두 번이나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용 압력 등에 대응해 이전보다 더 자주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 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업들은 가격 인상 빈도가 월평균 11%였으나 2022~2023년 15.6%로 증가했다. 가격조정 빈도는 해당 기간 가격조정 기회들 가운데 실제로 기업이 인상·인하를 단행한 횟수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빈도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한 해 약 두 번 올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시리얼의 경우 1년 사이 가격이 두 번 올랐으며, 라면의 경우 2년 사이 4번 올랐다.

이동재 한국은행 물가동향팀 과장은 “기업들이 가격을 1년에 1~1.2회 바꾸다 1년에 2회 정도로 가격을 더 빈번하게 바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가 1%포인트 오를 때 개별 품목의 가격 인상 빈도 역시 약 1%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이나 민감도, 경쟁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때 인상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더 선호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번에 ‘조금’씩 올리되 ‘자주’ 인상하는 방식인 셈이다.

가격을 올릴 때와 달리 가격 인하의 빈도와 가격 조정폭은 팬데믹 전후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가격 조정 빈도가 팬데믹 이전에 10%에서 팬데믹 이후 20%를 웃도는 수준까지 늘었으나 2022년 중반 이후는 한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장은 “미국은 CPI(소비자물가지수)도 많이 오르다보니 가격 인상 빈도가 더 늘었다”며 “미국은 4개월에 한 번 가격을 바꾸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기업들의 가격 인상 빈도 변화가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특히 유가 상승 등 다른 요인들과 겹쳐 비용 상승 요인이 두 배로 커질 경우, 그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두 배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장은 “팬데믹 이후 최근과 같이 물가가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충격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 변동폭이 물가 안정기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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