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공보의 158명, 필수의료·응급실에 우선 투입
11일 경북대병원 응급실에서 공중보건의 A씨가 전문의 지시에 따라 환자 병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문의가 환자 출혈을 막으며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도 도왔다. 공보의 B씨는 신경과 병동에서 입원 환자에게 드레싱(소독)을 하고 있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전공의 이탈로) 의료진 공백이 크고 잔업무가 많은 부서에 우선적으로 공보의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93명 중 179명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부터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을 전국 주요 병원 20곳에 투입했다. 의료 공백의 급한 불을 끄려고 군 병원과 농촌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료 인력을 당겨 온 것이다. 경북대병원은 공보의 4명을 바로 현장에 배치했다. 충북대병원도 이날 공보의 8명과 군의관 1명을 일선에 투입했다. 다른 병원들은 1~2일 현장 교육을 한 뒤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차출한 군의관과 공보의를 수련했던 병원에 파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그래야 현장 적응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진료 보조(PA) 간호사들이 삽관, 검사 등 전공의 일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처방 등은 의사가 없으면 안 된다”며 “급한 곳부터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대병원은 군의관 4명과 공보의 5명 중 전문의는 외과·마취·소아 등 필수 의료과에, 일반의는 응급실에 투입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인력 보충으로 기존 의사들이 그나마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수술의 기본인 마취과 의사가 특히 부족했는데 마취과 의사 보충이 수술 진행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단국대병원은 군의관 5명과 공보의 1명을 받았는데 일반의는 모두 응급실에 배치한다. 리모델링을 위해 비워둔 병동에 이들을 위한 숙소도 마련했다.
전남대병원은 성형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받았다. 이 병원은 전공의 이탈 후 응급·중증 환자 수술만 하고 성형외과 입원실은 사실상 폐쇄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파견 인원 8명 중 성형외과가 절반이라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군의관·공보의 투입이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은 되지만,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란 관측이 많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지원 인력을 필수 의료 분야에 집중 배치했다”며 “응급 환자 진료 유지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보의나 군의관은 병원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야간 근무를 억지로 시킬 수 없고 기존 의사와 손발을 맞추기도 어렵다”고 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반면 한의과.치과를 제외한 전국 공보의는 1400여 명이다. 군의관은 2400여 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 보건소를 지키는 공보의와 군 병원 유지에 필수적인 군의관을 모두 차출할 수는 없다”며 “공보의와 군의관 3800여 명 중 동원 가능 인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공보의 중에도 전문의는 30% 정도이기 때문에 중환자 치료나 수술에 바로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1만여 명인 PA 간호사도 적극 활용해 전공의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병역 제도 변화로 군의관과 공보의가 감소한 것은 의료 비상 시기에 투입할 인력 규모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종전에 의대생은 현역 대신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복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군의관 복무 기간은 38개월, 공보의는 37개월이다. 그런데 육군 현역병으로 가면 18개월이다. 의료계 인사는 “요즘 현역이 그리 힘들지도 않고 기간은 절반이라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의과 공보의는 1432명로 5년 전보다 570명 줄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공보의와 의대생 등 응답자의 85.9%는 현역보다 긴 복무 기간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 병원장은 “과거엔 의대생 대부분이 남자였지만 지금은 여자가 절반”이라며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지원할 인력이 줄었다”고 했다.
/오주비-강지은 기자, 대구=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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