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떨어지고 ‘심사 4위’ 대장동 변호사는 공천
박용진(재선·서울 강북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10 총선 강북을 경선 결선투표에서 친명(親이재명)계 원외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에 패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박 의원은 최근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현역 하위 10%’ 통보를 받았지만, 탈당하지 않고 경선을 치르겠다고 했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하위 10%에 든 현역 의원은 경선 점수의 30%를 감점한다. 앞서 3인이 치른 1차 경선에선 감점 페널티를 안고도 2위 안에 들었지만, 결선 투표에선 결국 ‘하위 10%’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강민정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오후 강북을 등 4곳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강 부위원장에 따르면, 정봉주 전 의원(강북을)을 비롯해 ▲이영선 변호사(세종갑) ▲전용기 비례대표 의원(경기 화성정) ▲김동아 변호사(서울 서대문갑)가 각각 경선에서 승리했다. 특히 경선 시스템 오류로 발표가 미뤄졌던 서대문갑에선 공개 심사 당시 ‘4위’에 그쳤던 김 변호사가 돌연 1위를 기록했다.
강북을은 친문(親문재인)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4선 홍영표 의원이 출마했던 서울 중·성동갑, 인천 부평을(홍영표·탈당)과 함께 민주당 공천 파동의 ‘뇌관’으로 꼽혔다. 박 의원은 21대 총선 때 서울 지역 민주당 출마자 가운데 ‘득표율 1위’(64.45%)를 기록했던 현역이다. 지난 국회에선 유치원의 정부 지원금 오용을 막는 ‘유치원 3법’ 제정을 이끌어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반면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 등 민감한 사안마다 친명계와 이견을 드러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수박’(비명계 의원)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최근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 현역 대부분에 ‘하위 20%’를 통보하거나 컷오프(공천배제)했다. 홍 의원의 경우, 지역구가 돌연 ‘전략 지구’로 지정된 뒤 경선에서도 배제됐다. 통상 전략 지구는 현역 의원이 탈당하거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경우, 또는 당선이 어려운 험지에 한해 당이 전략공천 또는 제한경선을 결정한다. 그러나 부평을은 대우차 노조 출신 홍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민주당 텃밭이다. 당내에선 “지역 조직이 탄탄한 비명계 중진 홍영표를 이길 수 없으니 아예 잘라버린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당 잔류’를 택한 박 의원의 경선 결과는 ‘비명(非明)횡사’ 공천 논란의 마지막 뇌관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상대인 정 전 의원이 이른바 ‘자객 출마’를 자처한 친명계 인사여서다. 그간 정 전 의원은 박 의원을 향해 “민주당답지 않은 분”이라며 “이런 분들은 정치를 쉬어야 한다”고 했었다. 지난해 당원 교육 행사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과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 등에선 “정봉주를 강북을에 보내 수박 박용진을 척결하자”는 식의 글이 쏟아졌다.
서대문갑에서도 ‘친명불패’가 현실이 됐다. 공개 심사에서 탈락했던 김동아 변호사가 지도부의 구제를 거쳐 경선에서도 이겼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대문갑 청년 예비후보 공개 오디션에서 4위를 했다. 규정상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3인 경선’ 명단에 들지 못했고 탈락했다. 그런데 전략공관위는 같은 날 저녁 “시민단체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합격자인 성치훈 예비후보를 빼고, 그 자리에 김 변호사를 포함시켰다. 이런 내용의 안건은 다음날 아침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심사 탈락자가 하룻밤 사이에 3위 안에 들고, 경선 투표에선 1위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모든 과정을 최고위 의결이 끝난 다음날에야 언론에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다.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 조직에선 일명 ‘찐명’으로 손꼽힌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이 대표 역시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격주마다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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