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자 핑계로?"…'호수비+안타+도루' 23살 예비역의 독기, 이대진 감독 체면 살려줬다

김민경 기자 2024. 3. 1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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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임종찬 ⓒ 한화 이글스
▲ 11일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서 한화 이글스의 첫 안타를 책임진 임종찬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페라자 핑계로 오늘(11일) (임)종찬이 한번 보려고요."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앞서 외야수 임종찬(23)을 이야기했다. 임종찬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투좌타 외야수다. 강한 어깨가 강점인 선수인데, 여느 유망주들처럼 타석에서 의욕이 결과로 나오지 않아 좌절했던 선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1군에서 기회가 있었지만,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 1군 통산 114경기, 타율 0.188(292타수 55안타), 4홈런, 26타점, 16득점이라는 성적을 남긴 채 2022년 시즌 도중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임종찬은 전역하고 맞이하는 첫 시즌인 만큼 절치부심했다. 이대진 한화 2군 감독은 임종찬이 단순히 의욕만 넘치는 게 아니라 타격감이 꽤 올라왔다고 봤고, 최 감독에게 1군에서 한번 기용해 볼 것을 적극 추천했다. 최 감독은 시범경기 일정에 맞춰 임종찬을 1군에 합류시키면서 얼마나 몸을 잘 만들고 또 타격감이 좋아졌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주축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는 시범경기여야 임종찬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리라 판단해서다.

임종찬은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에 처음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고, 이날은 5번타자 우익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틀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건 외국인 타자 요나다 페라자 덕분이었다. 페라자가 10일 스윙 도중 팔꿈치 통증을 느껴 보호 차원에서 선발에서 제외했다.

최 감독은 "페라자는 어제(10일) 스윙을 하다가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오늘 연습할 때는 괜찮다고 했다. 오늘 그래서 선발에서 뺐더니 자기 왜 뺐냐고 그러더라. '네가 아프다고 했잖아'라고 했다. 그런데 자기는 또 괜찮다더라. 그렇다고 다른 선수(임종찬)를 넣었다가 뺄 수는 없어서 한 타석 정도 치고 내일 다시 선발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이어 "페라자 핑계로 오늘 한번 더 (임)종찬이를 보려고 한다. 어제는 두 타석밖에 못 쳤으니까. 오늘 한번 더 나가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 1회 박찬호 타석 때 우익선상 밖으로 몸을 날려 뜬공을 잡은 임종찬 ⓒ 한화 이글스
▲ 1회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임종찬(왼쪽)을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가 기다렸다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임종찬은 이날 시작과 함께 호수비로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의 타구가 우익선상 쪽으로 향했다. 포구하기 까다로운 타구였는데, 임종찬이 전력질주해 몸을 날리면서 이 타구를 낚아채 뜬공으로 처리했다. 한화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가 모자를 벗어 임종찬에게 인사할 정도로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플레이였다.

타석에서도 독기를 보여줬다. 한화는 이날 팀 안타 3개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빈타에 시달렸다. KIA 선발투수 윌 크로우가 4이닝 40구 무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하면서 한화 타선을 완전히 잠재워놨기 때문. 크로우는 최고 구속 154㎞, 평균 구속 152㎞에 이르는 강속구를 펑펑 던지면서 싱커와 커브,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임종찬도 크로우는 공략하지 못했다. 임종찬은 0-2로 뒤진 2회말 1사 후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2-2에서 크로우의 체인지업에 헛방망이를 돌렸다.

크로우의 호투 여파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더그아웃에 임종찬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5회말 수비를 앞두고 KIA 2번째 투수 윤중현으로 바뀐 상황이었다. 1사 후 타석에 선 임종찬은 중견수 앞 안타로 출루하면서 이날 팀의 첫 안타를 신고했다. 임종찬은 안타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누상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다음 이진영 타석 때 2루를 훔치면서 포수 김태군의 송구 실책을 이끌었고, 임종찬은 그 틈에 3루까지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으나 이대진 2군 감독이 왜 추천했는지 이유를 증명한 한 타석이었다.

▲ 2루를 훔치는 임종찬 ⓒ 한화 이글스
▲ 포수 송구 실책에 힘입어 3루까지 들어가 임종찬 ⓒ 한화 이글스

임종찬은 7회 1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는 2루수 병살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맹타를 휘둘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활약이었지만, 빈타 속에서 안타를 생산하고 적극적으로 뛰는 등 최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만한 플레이는 보여줬다.

최 감독은 외야 경쟁 구도를 어느 정도 그려놨다. 좌익수는 정은원과 최인호가 자리 쟁탈전을 펼쳐야 하고, 중견수와 우익수는 페라자를 기준으로 정하려 한다. 페라자가 중견수로 나가면 우익수로 타격이 좋은 김태연과 임종찬을 쓰고, 페라자가 우익수로 나가면 이진영과 김강민을 중견수로 기용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임종찬은 사실상 김태연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최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컨디션이 가장 좋고, 어깨가 워낙 좋은 선수"라고 임종찬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시범경기 기간 반전 드라마를 쓰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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