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VIEW] NYCB 위기의 전말…"바보야 문제는 부동산이야"
4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의 상업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엔 상업용 부동산 부실로 인한 지역 은행의 위기가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 살얼음이 얼어있던 호수에 한번 더 돌멩이가 던져진 모양새입니다.
SVB는 예금의 상당 부분을 국채에 투자했다가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며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국채 가치 손실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한 뱅크런(자금 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 은행은 한순간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시그니처 은행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도 뱅크런에 시달리다 파산했고, 미 금융 당국이 발빠르게 대처하며 사태는 더 큰 위기로 번져가지 않고 잠잠하게 잦아들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미국 금융권의 분위기는 다시 냉랭합니다. 뇌관으로 지목받은 곳은 뉴욕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입니다. NYCB의 주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4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날 주가는 2.73달러로 지난1996년 이후 가장 낮습니다. 이 은행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67% 이상 급락했습니다.
NYCB는 지난 1월 31일 있었던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작년 4분기 2억6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피치와 무디스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NYCB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수준으로 강등했고, 주가는 연일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며 4분의 1로 폭락했습니다.
NYCB는 3월 초에 "대출 심사와 관련한 회사의 내부통제에 중대한 취약점이 있음을 경영진이 확인했다"라며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는데 손실 규모는 27억달러로 더 커졌습니다. 추가된 24억달러는 시그니처은행 합병 시 인수한 영업권 상각에 따른 것이었고, 영업권 상각은 현금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데도 주가는 다시 출렁였습니다.
거기다 CNN은 NYCB의 예금 잔액이 지난 2월 5일부터 3월 5일까지 약 7%가량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달 새 한화로 8조원에 가까운 예금이 빠져나간 것이 알려지자 시장에선 SVB 사태의 악몽이 살아났던 것입니다. 다만 이 것은 다음날인 6일 리버티 스트래티직 캐피털, 허드슨 베이 캐피털, 레버런스 캐피털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히기 직전까지 예금 유출 규모입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전 재무장관이 이끄는 리버티스트래티직캐피털이 가장 많은 4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고 이밖에도 허드슨베이캐피털(2억5000만달러) 등 복수의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며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NYCB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부실 대출로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대출을 받은 건물주들은 은행에 돈을 갚기 어려워졌고, 은행은 거액의 돈을 떼이게 되자 그에 대비한 충당금을 쌀았습니다. 지난 4분기 이 은행은 상업 부동산 대출 부실을 대비해 5억5200만달러를 대출손실충당금으로 마련했습니다. 직전 분기 6200만달러의 9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또 이를 위해 배당금을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최악의 상황을 지나는 중입니다. 공실률은 사상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오피스 등의 수요는 더 줄었습니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MSCI부동산 자료를 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19.6%에 달합니다. 5곳 중 한 곳이 비어있는 셈입니다. 관련 수치를 조사한 이후 가장 높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 하향 조정을 예고했지만, 건물주들의 재정 압박은 이미 목 끝까지 차올랐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은행들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집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해 4분기 미국 부실 은행이 3분기보다 8개(18%) 늘어난 52개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SVB 사태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기도 합니다.
NYCB의 부동산 대출 부실에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뿐 아니라 다른 복병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뉴욕시의 '임대 안정화 정책과 임대료 통제법'이었습니다. NYCB 전체 대출 가운데 20%인 180억달러(약 24조원)가량의 담보는 임대료 규제법을 적용받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였습니다. 이 임대 아파트는 공실률은 낮지만, 상승한 대출 이자와 유지비용에도 임대료를 올릴 수 없어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금융당국도 애써 침착한 모습입니다. 일부 소형 은행들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형 은행들은 안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면 부동산은 다시 살아날 것이란 낙관론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당시 대출에 대한 상환 시기가 속속 돌아옵니다. 미국 중소 지역은행들의 자산에서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만기 재투자(roll-over) 시기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1조달러가 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돌아온다고 하거든요.
NYCB의 예금 안정성은 SVB보다 나아서 뱅크런 위험성은 더 낮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SVB 사태가 신용위험은 없는 미 국채의 평가손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였다면 NYCB 사태는 부동산 대출의 만기 상환불능 위기입니다. 자산(대출)의 신용위험도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미국 중소 지역은행들의 자산에서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고 NYCB의 경우 56%에 달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만기 재투자(roll-over) 시기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1조달러가 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돌아온다고 하거든요. 어떻게 될까요.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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