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혁명적” 공천, 서대문갑

강병한 기자 2024. 3.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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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갑 지역구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20년간 대결로 유명하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두 사람은 16대부터 21대 총선까지 6차례 맞붙었다. 우 의원이 4번, 이 구청장이 2번 이겼다.

이번 총선에서는 두 맞수의 정면승부를 볼 수 없다. 우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 구청장은 기초단체장으로 변신했다. 터줏대감이 물러나면서 서대문갑은 무주공산이 됐다. 여야 공천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렸다.

민주당은 놀라운 방식으로 서대문갑 공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준과 절차를 수시로 바꿨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이런 공천은 난생처음”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23일 서대문갑을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대국민 오디션을 하겠다며 ‘슈퍼스타 K 방식’을 언급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국민투표를 통해 후보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이해됐다.

지난 2월26일 발표된 기준은 예상과 달랐다. 민주당 중앙위원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정하겠다고 했다. 중앙위원 600여명은 누구인가. 대표·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시도의회 의장, 구청장·시장·군수 등이다. 중앙위원 중 청년이나 서대문갑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3월5일 최종 발표된 경선 규칙은 또 달라졌다. 전국권리당원 투표 70%와 서대문갑 유권자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고 밝혔다. 서대문갑 후보를 뽑는 게 아닌가. 전국권리당원 70% 중 서대문갑 유권자가 1%는 될까. 서울 지역 후보를 뽑는데 부산 시민에게 물어보는 모양새다.

후보를 추리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3월5일 5명을 선정한 후, 7일 면접을 거쳐 3명으로 좁혔다.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김규현 변호사,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종 경선에 올랐다. 그런데 이튿날 1명을 바꿨다. 성 전 행정관을 빼고 김동아 변호사를 집어넣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성 전 행정관에 대해 “시민사회·여성단체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였다. 이미 3월7일 면접에서 김성환 인재영입위원회 간사는 성 전 행정관에게 해당 사안을 물었다. 7일 발표 때는 문제가 없다가 하루 만에 여성단체들 눈치라도 보게 된 것인가.

그랬다면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같은 날 안 전 지사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자로 지목해 공천 철회를 요구한 민주당 인사는 성 전 행정관을 포함해 7명이다. 나머지 6명은 이미 최종 후보다.

하루 만에 부활한 인물도 공교롭다. 김동아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았다. 2월7일 경기 평택갑 출마를 밝혔다가 23일 불출마를 선언했고 26일 서대문갑 출마를 알렸다. 지난 5일 공식 출마 회견에는 이재명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 인사가 함께 했다.

최종 후보는 11일 김동아 변호사로 확정됐다. 상처투성이 과정을 안고 본선을 달리게 만든 이들은 누군가. 당은 사분오열됐고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 2024년 민주당 공천의 가장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듯하다.

강병한 정치부 차장

강병한 정치부 차장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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