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대 증원 문제에 정작 환자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6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방안 발표 후 한 달이 지났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행정명령을 발동한 정부 그리고 의대생·전임의·의대 교수의 휴학·사직 및 소송 등으로 전선을 확대한 의사계의 대응을 보자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간 다른 산업군에서 있었던 쟁위행위가 일상생활에서 일부 불편함을 줬던 것이 사실이지만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분야 갈등이 전 국민에 미치는 영향력과 비교할 수는 없다.
확대 방안 발표 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작년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28차례 소통하였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종별 병원협회 등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눠왔음을 밝혔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자면 그것이 회의를 위한 회의였을 뿐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형식적인 자리의 반복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정부와 의사계 모두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받고 있다. 상급병원의 전공의 비중이 상당한 우리나라에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은 정상적 의료서비스를 크게 제한하고 있으며 대체인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전임의, 교수 및 일반의사까지 동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환자의 입지는 매우 위태롭다.
다수 전공의의 진료가 중단된 시점인 지난달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사수급 추계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수련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여기엔 의사수급을 제외한 대한전공의협회가 주장하는 모든 요구조건의 개선의지를 담은 의료분야 4대 개혁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의사계와 정부 모두 향후 지속 가능한 의료산업 유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서로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사의 진료과목이나 근무지를 강제할 수 없기에 단순한 의사의 양적 충원이 인기과로의 의사 편중이나 지방의료 붕괴를 야기한 의료진 수급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가 기피과 수급 해소를 위한 의료수가 조정 형태의 보상체계를 확보하고 지역수가 차등 및 지역의사제도 등 기피지역으로의 의사 수급을 원활히 하는 제도적 지원과 함께 이뤄진다면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급병원에선 전문의 비중을 대폭 확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로 활용돼온 전공의의 근무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정당한 수련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생명을 구하는 업에 종사하는 의사라고 하여 국가의료시스템의 정상화라는 대의를 위해 현재의 수혜를 무조건 내려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및 지방소멸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의료제도의 개선 없이 그 파고를 맞는다면 향후에는 더 큰 구조개혁과 막대한 재정이 동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의사계는 자기의 이익이 아닌 환자의 내일을 봐주시길 바란다.
이치헌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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