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앞 ‘애물단지’ 대형작품 처리 고심

한현묵 2024. 3.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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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20년 전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청사 내에 설치한 대형 작품의 철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작품은 애초 광주시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기대됐지만 "난해하다"는 시민들의 반응과 함께 계절마다 2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천을 교체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전과 철거 논의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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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1회 비엔날레 기념 목적 설치
시민 “난해” 반응에 유지비 부담
이전·철거 땐 작가측 동의 필요
철거에 무게… 조만간 협의 방침
지역 미술계선 찬반 의견 ‘팽팽’

광주시가 20년 전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청사 내에 설치한 대형 작품의 철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2005년 이탈리아 출신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작품 ‘기원(PRAYER)’을 기업체로부터 8억원의 후원을 받아 청사 앞 잔디광장에 설치했다. 높이 16.5m, 직경 18m의 크기로 빛의 도시 광주를 형상화한 7개의 모빌식 원형 조형물 겉을 천으로 감싸 광주 발전과 시민 소망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성공적인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최를 기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애초 광주시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기대됐지만 “난해하다”는 시민들의 반응과 함께 계절마다 2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천을 교체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전과 철거 논의가 제기됐다. 시는 올 3월부터 ‘열린 청사’ 조성 공사를 하면서 작품 훼손을 우려해 이전과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10억5000만원을 투입해 6월까지 시청사 내부에 시민 편익 공간을 조성하고 외부에 열린 광장을 조성하는 곳에 이 작품이 위치하고 있어서다.

이전과 철거의 가장 큰 문제는 작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작품 소유권은 시에 있지만 작가 허락 없이 작품을 이전·철거할 경우 법적 다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작가가 사망해 유족이 운영하고 있는 재단에 이전과 철거 의견을 묻는 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유족이 한 달이 지나도록 메일을 확인하지 않자 시는 조만간 직접 연락을 추진할 계획이다.

작가 측의 동의를 받더라도 운송 비용이 7억∼8억원에 달해 다른 장소 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시는 철거에 무게를 두고 작가 측과 협의를 벌일 방침이다.

지역 미술계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일부 예술인은 “이 작품은 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작품으로 상징성을 고려해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이지만 설치 당시부터 광주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수 당시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넘겨받은 인수인계서만 있다”며 “작가 측과 맺은 협약서 등이 없어 임의대로 처분할 경우 법적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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