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왜 이러나…악수의 연속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2024. 3. 11. 20: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두는 나쁜 수를 악수(惡手)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기단체 가운데 가끔 악수를 두는 경기단체는 단연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62)를 꼽을 수 있다.

이 또한 악수가 아닐 수 없다.

"전장(戰場)에서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오랜 속설을 무시하고 악수를 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선홍 감독, ‘문제아’ 이강인 대표선발
황 감독에게 ‘두 마리 토끼 잡아라’ 강요
클린스만 감독 기용했다가 1년 만에 해임도
정몽준 정몽규 일가, 30년간 한국축구 좌우
1998년 월드컵 때는 차범근 감독 현장 경질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두는 나쁜 수를 악수(惡手)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기단체 가운데 가끔 악수를 두는 경기단체는 단연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62)를 꼽을 수 있다.

황선홍(56) 남자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겸 국가대표 A팀 임시감독은 11일 ‘문제아’ 이강인(23)을 손흥민(32) 등과 함께 23명의 국가대표 A팀 선수로 선발했다. 발표는 황 감독이 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황 감독의 입을 빌려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감독이 3월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 발표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황선홍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2026년 월드컵 대표팀 임시감독까지 겸하도록 해 황 감독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이 또한 악수가 아닐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작년 2월 지도자로서는 문제가 많은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60)을 4년 임기 국가대표 A팀 감독으로 영입했다가 지난달 1년 만에 해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998년 6월 프랑스월드컵에서도 당시 차범근(71) 감독이 E조 2차전에서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하자 현장에서 차 감독을 경질했다.

“전장(戰場)에서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오랜 속설을 무시하고 악수를 둔 것이다. 1993년부터 30년 넘게 현대그룹의 정몽준(73) 정몽규 회장이 한국축구를 좌지우지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축구계 “이강인위해서도 대표선발하지 않아야”
이강인이 누구인가? 앞으로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유망주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달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 하루 전 주장 손흥민에게 주먹질한 장본인이 아닌가.

물론 뒤늦게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했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그의 잘못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계의 뜻있는 인사들은 “이강인을 위해서도 앞으로 몇 년간 이강인을 대표팀에서 제외, 자숙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었다.

이강인(18번)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홈경기 싱가포르전 득점 후 주장 손흥민(7번)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과연 축구대표팀 막내뻘인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손흥민 등 선배들과의 팀워크를 잘 이루어 낼 수 있을까? 11일 오전 11시 이강인의 대표팀 선발 사실이 연합뉴스에 보도되자 이강인을 선발한 황선홍 감독을 성토하는 댓글이 이 기사에만 585개(오후 2시 현재)가 달렸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강인 충격’이 생생한 이 시점에서 축구팬, 나아가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축구계는 대한축구협회가 황 감독의 이강인 선발에 유형무형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추측한다.

한국축구, 10회 연속 올림픽 참가 장담 못해
대한축구협회가 황선홍 감독에게 ‘두 마리 토끼’를 요구한 것도 문제다. 한국축구는 4월 카타르에서 열릴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3위안에 들어야 7월의 파리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황 감독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중국과 B조에 속한 한국을 올림픽 본선에 진출시켜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1988년부터 2020년까지 9회 연속 올림픽에 나가 아시아 최고의 올림픽 연속 참가 기록이 있으나 이번에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감독이 3월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라는 이름을 붙여 이달 중 열릴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의 지휘봉도 맡겼다. 황 감독의 어깨가 짓누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축구를 한 차원 끌어올린 박항서(65) 감독과 최용수(51) 전 강원FC 감독 등이 있는데도 이들은 배제된 상태다. 특히 동남아 축구에 익숙한 박항서 감독은 누구보다 태국축구를 잘 아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악수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