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 ELS 배상기준] 배상 시기·방식 어떻게?… 합의 못할땐 소송전

김남석 2024. 3. 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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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분조위서 대표사례 조율
KIKO때처럼 장기소송 가능성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11일 홍콩 H(항셍)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 기준을 내놓으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시기, 방식 등에 관심이 모인다.

금감원의 검사를 통해 판매 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데다가 이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안까지 제시된 만큼 은행·증권사들은 자율배상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배상 기준은 어디까지 가이드라인이다. 강제성이 없다. 소비자와 금융사간 합의에 실패할 경우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번 기준안에 대해 "당사자 간 자율적인 합의를 위한 기준"이라며 "(판매사 위법사항에 대한) 법적인 제재 부분과는 별도"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최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자율 배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8일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사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장이다. 일단 배상안의 적정성과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상 과징금 얘기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피해를 보상하면 제재를 감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배상안에 강제성은 없지만 판매사가 당국의 지침을 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는 대표적인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율에 나설 방침이다. 판매사(금융사)는 자체적인 조정기준에 따라 자율적 배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판매사 측에서도 피해자와 사적 화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분조위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건들은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과거 '키코(KIKO)' 사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옵티머스까지 소비자들과 소송을 치른 바 있다. 소비자와 배상 합의에 번번이 실패하며 재논의하는 과정에서 은행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특히 이번 ELS 사태는 공모 상품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팔렸던 상품이다. 이 점에서 배상안에 대한 은행의 불만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키코 사태는 은행과 소비자 간 합의가 지지부진한 대표적인 사례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손실이 없지만 금융위기로 환율이 출렁거리면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피해 업체들과 은행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15년이 지난 지금도 소송을 치르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와 제도 개선으로 소비자를 후방 지원할 계획이다. 은행의 후한 자율배상을 독려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참작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재발 방지가 목표다. 영업점 판매창구에서의 판매행태 및 소비자 행동패턴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판매제도를 고민한다. 해외사례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019년도 은행 고난도 사모펀드·신탁 판매금지 시 예외적으로 허용한 부분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면서 "판매상품 범위 재검토 및 금투상품 제조·판매 규율체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상품 판매규제를 형식적 준수가 아닌 실효성 높게 보완하고, 소비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한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고난도 상품 투자에서 소비자 보호와 편리한 자산관리 서비스 필요성 간 조화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김경렬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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