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회, '시진핑 체제 강화'로 폐막…연설 없이 마무리

박정규 특파원 2024. 3. 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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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인대 폐막회의로 8일간 일정 종료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 처리…총리 권한 약화 시사
경제성장률 5% 안팎 제시…대외정책은 다소 완화
[베이징=신화/뉴시스]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회의를 끝으로 올해 양회 일정이 종료됐다. 사진은 전날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등 중국 지도부. 2024.3.11

[베이징·서울=뉴시스]박정규 특파원, 문예성 기자 = 중국의 한 해 국정 운영방향을 정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 폐막했다.

올해 경제전망과 외교정책 등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그동안 진행돼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체제 강화'가 부각됐다.

전날 제14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정협) 2차회의가 폐막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회의 폐막회의를 열고 8일간의 공식 회기를 마무리했다.

폐막회의에서는 당초 예고된 국무원 조직법(기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법은 국무원의 조직체계와 사업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으로 1982년 전인대에서 현행 헌법 채택 당시 함께 채택돼 40년 넘게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었던 내용이다.

개정안은 그동안 행정부로서 별도의 권한을 지녔던 국무원의 위상보다 당을 강조함으로써 2인자인 총리의 권한을 약화하고 시 주석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GDP) 목표 등이 담긴 정부 업무보고에 대한 결의안과 중앙·지방예산 집행에 대한 결의안 등도 의결했다.

다만 시 주석이 별도로 폐막 연설에 나서지는 않은 채 회의를 마쳤다.

집권 3기의 공식 출범을 알린 지난해 양회 폐막식에서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대만의 분리독립 반대 방침과 홍콩·마카오에 대한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가지 제도)' 등 국정운영 기조를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올해 연설에 나설지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결국 30여년 만에 국무원 총리의 폐막 기자회견 없이 마무리된 올해 양회는 시 주석에 대한 권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리 기자회견 없애고 '1인 체제' 강화

이번 양회 시작부터 이 같은 기조는 두드러졌다.

양회 첫 날인 지난 4일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전인대 사전 기자회견에서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올해 전인대 회의가 폐막한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올해 전인대 이후 몇 년 동안 총리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내 서열 2위인 총리는 그동안 의례적으로 전인대 회의 개막일에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를, 폐막일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각각 열어왔다.

1991년 리펑 당시 총리가 시작하고 1993년 주룽지 전 총리 때부터 정례화된 총리 기자회견은 중국에서는 국가 최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외신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드문 기회인 만큼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이어져온 전통이 이번에 사라지면서 총리의 존재감은 줄이고 시 주석 1인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뜻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더욱이 이번 전인대에서 40여년 만에 국무원 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총리의 위상 저하를 반영한 조치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를 이뤘다.

리창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된 영도를 견지하면서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관철하는 집행자, 행동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성장 목표 5% 제시했지만…별다른 해법은 없어

[베이징=신화/뉴시스]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회의를 끝으로 올해 중국 양회 일정이 종료됐다. 사진은 제14기 전인대 대표들이 이날 베이징에서 회의를 마치고 인민대회당을 나서는 모습. 2024.3.11
이번 양회에서 관심을 끈 내용 중 하나는 중국의 경기침체 위기 속에 성장 목표를 어떻게 제시하느냐였다.

리 총리는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같은 수치이자 1991년의 4.5%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이미 지방정부의 성장률 예측과 정국 정부의 논조 등에 비춰볼 때 사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었다.

시장이 예상하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중국이 내·외부의 악재를 시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위드코로나 원년'이던 지난해와는 달리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도전적인 목표치인 것으로도 해석됐다. 아울러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리 총리는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더 집중되고 업무는 더 노력해야 하며 각 영역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 증액한 1조6650억 위안(308조원)으로 정해 2021년 6.8%, 2022년 7.1% 증가율보다 높은 지난해 증액률을 유지함으로써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에 재정적자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0%으로 설정해 4조600억 위안(약 750조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군비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과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내수 진작과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產力)'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 주임(장관)은 지난 6일 경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올해 대규모 설비 경신과 소비품 신규 교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장관)은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도록 하겠다"며 "사용 연령이 15년 지난 자동차가 700만대가 넘고, 해마다 평균 2억7000만대 가전제품이 안전 사용 연한을 넘기는 만큼 신제품 교체는 경제 동력을 불어넣고 경기 개선세를 견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처음 내세운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產力)'을 통해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산업 육성에 초첨을 맞추고 서방의 압박에 대한 근본적 해법으로 기술 혁신을 앞세우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올해 과학기술 예산도 전년보다 10% 증액한 3708억 위안(약 68조원)을 책정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 육성정책 의지를 표명했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이번 양회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신품질 생산력)'은 '고품질발전'이 그랬듯이 당장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신형인프라', '과학기술자립자강', '인공지능(AI)+행동'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양회에서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각을 세우는 모습이 보이진 않았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양회 중 외교분야 기자회견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약속 이행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나 친강 전 외교부장의 지난해 발언보다는 수위가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만 문제에 관해서도 단호한 어조와 함께 '평화통일'도 함께 언급하면서 친 전 부장보다 완화한 듯한 메시지를 전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에서 재차 전쟁이 발발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당사국, 특히 조선(북한) 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해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k76@newsis.com,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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