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생존자·가족들의 삶은 이러했다… 공식기록집이 전하는 이야기

이혜인 기자 2024. 3. 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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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11일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수빈 기자

다음 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꼭 10년을 맞는 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픔을 털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세월호 생존자와 가족들은 2014년 그날의 그 기억들을 끌어안고 10년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이 겪은 그간의 삶이 담긴 공식 기록집이 오는 15일 출간된다.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두 권의 책이다. 11일 서울 중구 창경궁로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는 출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저희들이 살아온 10년을 가감없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520번의 금요일>은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2022년 봄부터 2년여간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총 148회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을 검토해 종합한 공식 기록집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에서 1.6km 떨어진 섬인 동거차도에 가족들이 주저앉아 울거나 망부석처럼 서 있다가 인양 과정을 살피기 위해 텐트를 설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세월호를 인양하고, 유가족들이 대책위를 조직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하고, 세월호를 지우거나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들에 맞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지난 10년간의 세월이 펼쳐져 있다. 세월호 가족과 작가기록단이 함께 펴낸 일종의 ‘백서’다.

작가기록단의 강곤 작가는 “보통의 백서는 무엇을 잘했다, 잘못했다를 기록하는 것인데 그런 식의 백서가 되는 것은 싫었다”며 “연대기 식으로 구성하는 대신 ‘우리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추고 주목해야 할 주체, 사연 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의 말처럼 백서는 건조한 사건의 나열 대신, 생생한 삶의 증언이다. ‘조직’과 ‘갈등’ 편에서는 처음에 유가족대책위가 가족대책위로 전환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혼돈 그 자체”인 모습이 묘사된다. 책은 배·보상을 둘러싼 유족간 인식 차이와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입장 차이까지도 솔직히 담아냈다. 이같은 과정을 겪으며 피해자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며 10년을 버텨냈다.

가족협의회 강지은씨(고 지상준군 어머니)는 “(갈등을) 어떻게 잘 풀어낼까 싶어서 처음에는 쓰지 말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재난 참사가 일어났을 때 개인의 삶에 재난 참사가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그 이후에 있는 재난참사에서는 그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직 갈등 같은 것도 솔직히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기록단의 유해정 작가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단 한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피해자들로 호명되는 집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11일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왼쪽부터 유해정 작가, 가족협의회의 김종기씨, 강지은씨 , 강곤 작가. 한수빈 기자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이제는 20대 후반 청년의 삶을 살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자와 형제자매 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기록단은 단원고 생존자와 희생자의 형제자매 외에도 수학여행을 가지 않아 ‘잔류학생’으로 소외돼버린 청년의 이야기도 들었다.

청년이 된 ‘세월호 청소년’들은 ‘어린 피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애도도 하지 못했던 당시의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팽목항에 가지 못하고, 트라우마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친구의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했다. 생존자 김주희씨는 “우리가 힘들거라는 전제 하에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물어보는 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김씨는 “결국에는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내가 하는 말들이 생존자들은 다 이런 상태일거야라고 규정짓거나 대표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면서도 구술작업이나 세월호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년들은 ‘피해자다움’이라는 틀 속에서 발언의 자유를 억압받으면서도 용기를 내 계속됐던 일상을 전한다. 남서현씨(고 남지현양 언니)는 “진상규명에 참여해야 하는 남지현 언니로서의 삶, 남서현 개인의 삶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꼈었다”고 했다.

그는 “일상의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제가 (세월호) 형제 자매라는 것을 자꾸 숨기게 됐었다. 그래도 저의 곁에서 함께 해 온 안산 시민분들과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덕에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고,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며 “부모님들은 진상규명을 통해 참사까지의 궤적을 그리는 일을 하셨고, 저는 참사 이후의 삶을 이겨내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보나씨(고 박성호군의 누나)는 “어떤 것들이 상처가 됐고 힘들었는지를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이별했을 때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는데, 내가 존중받아본 경험이 없이 타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참사를 바라보면서 내 안에 남겨진 상처는 무엇이고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았는지를 다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단의 이호연 작가는 “형제자매와 생존자들의 삶에 대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며 “이들이 10년의 세월 동안 무엇과 부딪히고 싸우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고군분투했는지, 그것이 얼마나 다양한 삶을 만들어냈는지를 헤아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공식기록집인 ‘520번의 금요일’과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온다프레스 제공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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