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3주기… 고향에 못 돌아간 피난민 3만, 여전히 복구 중

류호 2024. 3. 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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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을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공포로 몰아넣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13년이 됐지만 지역 복원 사업은 더디기만 해 피해 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바하라 미치오 도호쿠대 재해과학국제연구소 교수는 아사히에 "인구 감소를 예측해 마을 규모를 적절하게 설정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인구가 줄었다고 해도 지역 커뮤니티가 유지된다면 (복원에)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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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 중 후쿠시마 주민이 다수... '공동화'
피해 큰 지역 사고 전보다 인구 30% 줄기도
"주민과 행정 간 복원 기준 간극 줄여야"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 시민들이 11일 오후 2시 46분 동일본 대지진 발생 1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리쿠젠다카타=AP 뉴시스

일본인들을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공포로 몰아넣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13년이 됐지만 지역 복원 사업은 더디기만 해 피해 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사고 피해가 가장 컸던 후쿠시마 사람들 다수는 여전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13주기를 맞은 11일 오후 2시 46분 피해가 컸던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 곳곳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가장 큰 지진(진도 9.0)이 발생한 시간에 맞춘 추모 사이렌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사이렌 소리에 맞춰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일부 지역은 예년보다 사이렌 소리를 줄이기도 했다. '사고 당시 울린 쓰나미 경보를 떠올리게 한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생존자들을 배려한 조치다.

일본 정부는 13년간 지역 복원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지역사회가 가능한 한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돼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정착하는 것이 사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부흥청에 따르면 피난민은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아직도 2만9,000명이나 된다. 약 90%가 고향인 후쿠시마에서 쫓겨난 사람들이다.

피난민들도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보니 3개 현의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3개 현의 인구 추계치를 분석한 결과, 3개 현의 43개 시·군·구 인구(1일 기준)는 2011년 3월 11일보다 12.7% 줄었다.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이와테현 일부 지역은 인구 감소율이 30%를 넘었다.


외관 재건보다 주민 생활 복원에 집중을

동일본 대지진 발생 13주기인 11일 일본 도쿄 시내 한 상점에 '3.11' 숫자가 표시돼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쓰나미가 덮쳤던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시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복원 사업이 얼마나 더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시는 사고 이후 시가지 재정비 사업에 1,630억 엔(약 1조4,536억 원)을 쏟으며 시내 중심부에 대형 상업 시설과 박물관을 지었다. 그러나 주민 동의를 얻는 데 4년이나 걸린 탓에 2022년 1월이 돼서야 재정비 사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사이 인구는 30% 줄었고, 자영업자 수는 사고 이전보다 160명 감소했다.

일각에선 행정과 지역 주민 간 복원에 대한 시각차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설 건설과 주택 재건 등 외관상 보이는 복원에 집중하기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복원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전에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려는 가구 수와 주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이후 재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바하라 미치오 도호쿠대 재해과학국제연구소 교수는 아사히에 "인구 감소를 예측해 마을 규모를 적절하게 설정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인구가 줄었다고 해도 지역 커뮤니티가 유지된다면 (복원에)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노인 인구가 많고 산업 기반이 약한 지역은 재해 이후 지역 복원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행정이 바라는 재건과 주민들이 바라는 생활의 격차를 생각해야 한다"고 짚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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