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해화된 ‘윤석열 법치’, 나라 밖에서도 울린 ‘독재 경보’
윤석열 정부가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라 밖에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화두로 내건 ‘법치’는 형해화되고, 민주주의를 구현할 제도·기관들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이 나온 것이다. 집권 1년10개월 만에 국가 위상이 이렇게 곤두박질친 데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지난 7일 공개한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 국가에 한국을 포함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지수’ 0.6점을 받아 179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이 지표 하락세가 뚜렷한 국가를 독재화 진행 국가로 보는데 한국은 2019년 18위, 2022년 28위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독일 유력 일간지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도 9일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도끼를 놓고 있다”고 윤 대통령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하며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숱한 의혹 속에 지난 10일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은 법치 훼손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그뿐인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파적인 파행은 한국이 민주국가인지 묻게 한다. 윤 대통령이 야당 몫 추천 위원들의 임명·위촉을 거부해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여권 2인’ 체제로 전락했고, 대통령·국회의장·국회가 3명씩 위원을 추천하는 방심위는 여야 ‘6 대 2’의 기형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감사원·검찰·경찰 등 사정기관들도 전 정부 감사나 야당·비판언론 수사에만 몰두해 독립성이 실종됐다. 이들 사정기관들이 정권 보위에만 앞장서고 최소한의 상호 견제와 균형도 무너진 것은 권위주의 체제로 들어가는 신호탄이다.
정부 조직 운영도 탈법·편법이 만연해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여성가족부는 ‘차관 부처’로 강등됐다. 9차례나 입법 거부권을 행사하더니, 지난해 거부한 간호법은 분명한 입장 변화나 사과 없이 의사들 집단행동 중에 재론하기 시작했다. 위법 시비를 부른 시행령 독주도 한두 번인가. 모두 정부조직법과 3권분립을 편법적으로 무시하고 우회한 국정 운영이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법치”가 내 편 네 편으로 기울어 있고, 편의에 따른 고무줄이라면 누가 신뢰하겠는가. 윤석열 정부는 나라 안팎에서 터지는 독재 경고음을 무겁게 새기고, 법치의 훼손과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 당장 4시간 약식 수사로 출국시킨 이종섭 호주대사의 특혜부터 바로잡아 무너진 법치를 다시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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