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시민사회 몫 비례후보 반대···또 갈등 벌어지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시민사회 몫 후보로 선정된 4명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초 구상한 민생경제 인사가 아닌 시민단체 출신으로만 채워졌고 특정 정당 성향에 치우쳐 중도층 확장이 어렵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은 특정 후보의 출신 단체를 빌미 삼아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밤에 이어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선정된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사회 몫인 4명(국민후보)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지난 10일 공개 오디션을 통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등 4명을 국민후보로 선출했다. 국민후보를 비례 순번 1번에 넣고 여성을 우선 배치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 운영위원이 비례 1번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전 운영위원이 시민단체 ‘겨레하나’ 출신이라는 점을 맹공했다. 겨레하나가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 등을 한 단체라는 것이다. 정 전 사무총장이 사무총장을 지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한 단체라고 문제 삼았다.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에서 참석자 다수가 국민후보 전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애초에 시민사회 측에 국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민생 경제이니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며 “그런데 최종 결과를 보니 진보단체 활동가 중심에 진보당 성향에 가까운 분들이다. 국민후보 도입 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우리가 생각했던 시민사회는 플랫폼 노동자나 소상공인이었다”라며 “선정된 분들은 애초에 진보당 후보로 나와도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비공개 최고위에서 “(우려가)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는 현실의 장이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의사결정, 합리적 인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도 시민사회 측에 이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민사회가 국민후보를 재추천하기를 바란다. 선거연합 논의에 참여해온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민사회가) 더불어민주연합에 후보를 최종 제출하기 전에 논란이 있을 만한 문제가 있는 후보들은 제출하지 않는 게 가장 원만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그대로 후보를 더불어민주연합에 내더라도 더불어민주연합이 최종 검증한다.
더불어민주연합 출범 초기부터 ‘종북 논란’에 휩싸여 지지세가 주춤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날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비례 1번 후보의 경우 한·미연합훈련 반대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던 단체 대표 출신”이라며 “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한·미연합훈련 반대와 주한미군 철수인가, 반미인가”라고 공세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없어야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나 중도층 확장이나 선거연합 목적에 합당한 것 아니겠나”라며 “비례대표 1번은 정당의 정체성이 담겨야 하는데, 그 분(전지예 후보)이 더불어민주연합의 상징성에 부합하느냐 묻는다면 그 누구도 선뜻 맞다고 답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후보를 선정한 시민사회 측은 이같은 논란 자체를 “이간질”로 보고 있어 더불어민주연합 참여 세력 간에 갈등이 벌어질 조짐도 보인다. 연합정치시민회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지예 후보는 12명 국민후보 중 30대로 가장 젊고 금융정의연대라는 금융 소비자 단체에서 주로 활동한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피력된 것”이라며 “이간질에 놀아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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