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당·시진핑 사상 따라야”…양회 폐막, ‘시진핑 1인 체제’ 강화

최현준 기자 2024. 3.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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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앉아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의 한 해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을 끝으로 종료했다. 존재감이 약화돼온 ‘중국 2인자’ 총리의 법률·관례상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시진핑 1인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 또 경제 발전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하는 흐름이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

이날 제14기 전인대 2차회의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폐막 회의를 열어 올해 정부 업무보고 초안, 국무원조직법 개정안, 국가경제사회발전계획 초안, 중앙 및 지방 예산 결의안 등을 의결했다. 관심을 모았던 시 주석의 전인대 폐막 연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 주석은 2013년, 2018년, 2023년 등 5년 단위로 전인대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세번째 국가주석직에 선출된 시 주석은 올해 전인대에서는 총리 권한을 더욱 축소하고 본인의 입지를 넓혔다. 우선 1982년 중국 헌법과 함께 제정된 뒤 한차례도 바뀌지 않았던 국무원조직법이 42년 만에 개정됐다. 현행 국무원조직법은 “국무원은 총리 책임제를 실시한다. 총리는 국무원의 업무를 지도한다”고 규정했지만, 새 개정안은 “국무원은 당과 시진핑 사상의 영도를 따른다”고 규정했다. 현재도 명백히 존재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공산당과 시 주석의 우위를 법률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1993년 이후 매년 열려왔던 전인대 폐막식의 총리 기자회견도 올해부터 폐지됐다.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들이 중국 정부 최고 책임자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였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총리 기자회견은 국가주석과 총리의 최소한의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유지됐던 중국 정치의 한 관행으로 평가받아왔다”며 “당분간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정치 관행과의 단절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이 올해 돌출적인 것은 아니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뒤 경제 분야 조직의 수장을 도맡는 등 총리의 역할을 축소하고 본인 중심의 1인 체제를 강화해왔다. 마오쩌둥의 절대 권력이 일으킨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덩샤오핑이 설계·추진한 ‘당정 분리’ 체제가 점점 와해되고 있다.

국가 안보를 강조하고 이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는 흐름도 분명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한 경제 관련 발표 내용들이 보수적으로 나온 것과 맞물려, 중국 당국이 경제 살리기보다 국가 안보 강화를 더 앞에 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8일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국가의 주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새 법률들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 시스템의 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돌발사건대응관리법, 에너지법, 원자력법을 새로 제정하고, 국방교육과 사이버 보안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이 밖에도 올해 금융안정법, 민간경제촉진법을 새로 제정하고 광물자원·반경쟁 관련 법안을 개정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강화되는 가운데, 시 주석은 내·외부 위협에 대한 방어에 점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반간첩법, 국가기밀보호법, 데이터보안법 등을 제·개정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활동 반경에 제약이 커졌다.

안보와 관련한 다양한 법안이 제시된 반면 경제 관련 정책은 눈에 띄는 게 드물었다. ‘5% 안팎’의 경제 성장, 5.5%의 실업률 등 준수한 목표치를 내걸었으나 이를 달성할 만한 수단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품질 생산력 강화, 고품질 발전 등 추상적인 행동 방침이 적지 않고, 내수 확대 방안으로 나온 자동차·가전·인테리어 등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 정책은 리커창 전 총리 재임 때 처음 도입된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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