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환경'이라며 전국서 뿌리는데…'EM 용액'서 오염균도 검출
"왕따 퇴치" 황당한 주장도
과거 일본에서 한 종교단체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장해 퍼뜨려 논란이 됐던 'EM'이란 미생물 용액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친환경 용액이라며 전국 여러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아토피를 예방하고 청소할 때도 좋다고 홍보까지 하는데, JTBC가 성분 검사를 의뢰해봤더니 홍보와는 달리 오염균이 검출됐습니다.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주민센터, 커다란 통에서 액체를 받아 가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립니다.
[종로구 주민 : 화장실, 하수구, 그리고 싱크대 이런 데다 부어놓고 씁니다.]
[서대문구 주민 : 가려운 데도 좋고 다 좋더라고요, 피부에.]
주민들이 받아가는 액체의 이름은 'EM', '유용한 미생물' 이라는 뜻입니다.
미생물 80여 종이 들어있어서 세척과 탈취에 효과가 있고 여드름, 아토피 등 피부에도 좋다며 무료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EM 용액을 흙에 섞어서 하천이나 강물에 던지는 이른바 '흙공 던지기' 활동도 활발합니다.
지자체나 기업 등이 '친환경 활동'으로 많이 하는데 지난해엔 새마을회가 김건희 여사를 초대해 흙공던지기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JTBC 취재결과 EM관련 사업을 하는 지자체는 총 96곳, 이 가운네 53곳에 최근 5년 사이 투입된 예산은 211억원에 달합니다.
지자체 18곳은 세금으로 생활용 EM 사업을 하게 조례까지 만들었습니다.
[A지자체 관계자 : 그게 글쎄요, 여기저기 쓸 일이 있으니까, 친환경 이런 거 해서 (정책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납품업체에 정기 검사를 맡긴다고 했지만 결과에 대한 판단 기준은 없었습니다.
[B지자체 관계자 : 전국적으로 딱 (검사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취재진은 주민센터 한 곳에서 받은 EM을 경북대 차세대 시퀀싱센터에 분석 의뢰했습니다.
검출된 미생물은 약 4000여종.
유산균이나 효모가 대부분이었고 중요하다고 꼽히는 광합성 세균은 극미량이었는데,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오염균도 검출됐습니다.
[신재호/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 키우면 반드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이게 뭐가 자랐는지. (업체들이) 점점 경쟁이 붙으면서 이게 만병통치약처럼 광고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광고해서는 안 되죠.]
[앵커]
지금 보신 EM 용액을 일본 내에 퍼트린 종교단체는 '왕따를 퇴치하는 효능이 있다'는 주장까지 해 10여 년 전부터 논란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효과가 과장됐단 반론이 쏟아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EM의 시작은 일본이었습니다.
[이은주/서울대 식물생태학 교수 : 80년대 초 히가(테루오) 교수님이 EM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80년대 중반에 들어오게 됩니다.]
급속도로 확산된 건 일본의 한 종교 역할이 컸습니다.
[이은주/서울대 식물생태학 교수 : 일본에는 구세교가 있는데, 구세교가 종교 단체입니다. (여기서) 히가 교수님의 일을 알고 구세교 농사짓는 데 EM을 활용합니다.]
지자체에서 앞다퉈 EM을 사용했고, 우리처럼 하천에 흙공도 던졌습니다.
하지만 히가 교수가 "EM은 왕따를 퇴치한다", "EM은 예뻐지게 한다"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EM의 효과에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2012년에 이미 EM이 수질을 개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일본 학계에서도 논란이 잇달았습니다.
[사마키 다케오/도쿄대 강사 (전 호세이대 교수) : 연구자들 사이에선 EM은 믿을 게 못 된다며 끝난 상태라서 연구가 더 진행되지 않은 거죠. EM이 굉장히 효과가 좋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일본엔 거의 없고요.]
히가 교수 측은 "EM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해 보이니 취재를 거절하겠다"며 '왕따 ' 발언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화면출처 EMRO]
[영상디자인 황수비 / 영상자막 김형건 장희정 / 인턴기자 이채빈 / 취재지원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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