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의심 없다" 국민타자의 신뢰…'46억 포수' 보상선수, 유격수 경쟁 1보 전진 "믿고 내보낼 수 있도록"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믿고 내보낼 수 있을 만한 선수가 되겠다"
두산 베어스 박준영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맞대결에서 유격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박준영은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을 받았고, 2023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NC로 이적한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조금 늦은 시점에서야 1군 무대를 밟게 됐지만, 7월 한 달 동안 9안타 1홈런 타율 0.333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는 등 51경기에 출전해 29안타 4홈런 타율 0.228 OPS 0.70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남겼다.
지난해 이승엽 감독이 두산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첫 번째 목표로 '국가대표 유격수' 김재호의 후계자를 찾는 것을 꼽았다. 사령탑은 베테랑 김재호를 비롯해 '1차 유망주' 안재석, 이유찬이 경쟁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안재석과 이유찬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선수는 김재호였다. 그런데 올해는 두산 유격수 자리에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박준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유격수는 김재호, 이유찬, 안재석으로 시작을 했지만, 시즌 마지막에는 (김)재호와 박준영이 유격수를 맡았다. 유격수는 내야의 사령관으로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김재호도 있지만, 올해는 박준영에게 기대를 많이 해보려고 한다. 박준영이 캠프에서 부상 없이, 지난해 보여줬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면, 경기에 많이 나갈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박준영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박준영은 지난달 17일 청백전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 24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 맞대결에서는 경기 중반부터 투입돼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25일 소프트뱅크 1군전에서도 2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 27일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 1군을 상대로도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PayPay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1군과 스페셜 매치에서는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시범경기에서 다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는 중이다.
박준영은 지난 9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으로 '멀티출루'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이튿날 2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고, 11일 롯데를 상대로는 첫 번째 아치까지 그렸다. 박준영은 1-0으로 앞선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의 5구째 138km 커터를 힘껏 잡아당겼고, 사직구장 좌측 파울 폴대를 직격하는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두 번째 타석에서 결과는 조금 아쉬웠다. 박준영은 2-0으로 앞선 5회초 1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롯데의 바뀐 투수 박진형을 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두산이 3-0으로 승리하며 시범경기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데 큰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박준영은 "연습경기 때 했던 부분이 시범경기에서도 이어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힘을 빼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고 치려고 했던 것이 홈런으로 이어졌다"며 "노렸던 공은 아니었는데, 윌커슨 선수의 직구가 워낙 좋다 보니, 포커스를 맞춘게 운이 좋았다. 사실 처음에는 파울인 줄 알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건강이 가장 큰 문제다. 박준영은 부상으로 인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사령탑은 "(박)준영이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내구성이다. 지난해에도 몇 번이나 아팠다. 주전 선수들은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내구성이 필요하다. 타격이 잘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수비라도 해줘야 한다. 몸 상태가 좋다면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는 선수다. 박준영에 대한 실력은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준영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시즌 막바지에 부상을 당해왔다. 때문에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체력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올해는 작년, 재작년과 달리, 처음부터 시즌 막판까지 건강하게 달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는데, 부상도 부상이지만 실력까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낼 수 있을 만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성적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것이 3루. 유격수에 대한 준비는 얼마나 됐을까. 그는 "유격수로 어려운 것이 많지만,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타구도 많이 잡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책을 많이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그동안 스스로에게 유격수에서 불안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좋지 않았던 기술적인 면에서도 얻은게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두산에서는 김재호, NC에서는 손시헌(現 SSG 랜더스 2군 감독)을 보며 성장한 박준영. 그는 "이런 선배님들과 같이 야구를 한 것으로 내게는 영광"이라며 "그동안 선배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제 내 기술을 덧붙여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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