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이병규’가 아들에게 물려준 가장 중요한 것… 야구, 진짜 좋아합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TV에서 많이 봤어요. KIA 시절에도 많이 봤고, 재작년인가 미국에서 던졌을 때도 봤죠”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SG의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승민(19)은 지난 3월 7일 대만 자이시립야구장에서 열린 중신 브라더스와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2회 첫 타석에서 균형을 깨는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날 중신 선발은 한때 KIA에서도 뛰었던 우완 다니엘 멩덴이었다. 역시 시즌을 준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던 멩덴은 이날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포심패스트볼과 위력적인 커터, 그리고 변화구까지 섞어 던지며 좋은 투구를 했다. SSG 퓨처스팀(2군)의 경험 적은 타자들이 상대하기는 버거웠고, 실제 SSG 퓨처스팀은 4회까지 1득점에 그쳤다.
그런데 그 1득점을 책임진 선수가 바로 이승민이었다. 멩덴의 공을 잘 받아쳐 좌익수 앞으로 빠져 나가는 질 좋은 안타를 쳤다. 처음 보는 투수, 그것도 수준 높은 외국인 투수의 공을 잘 공략했다. 그런 이승민에게 비결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멩덴의 경기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날 선발로 예고되지도 않았는데 전력 분석차 영상을 본 것도 아니었다. 이승민은 “평소에 멩덴의 경기를 많이 봤다”고 했다.
멩덴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이승민은 취미가 야구 시청이다. 야구 선수이기는 하지만, 고된 훈련이 끝난 뒤 들어와 또 몇 시간 동안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이승민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일과를 반복했다. 이승민은 “멩덴 선수를 TV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그 투수를 잘 알고 있었던 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멩덴 선수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어떻게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의외의 기특한 답을 내놨다.
이승민은 야구 선수 이전에 야구의 팬이다. 야구를 워낙 좋아한다. 이승민은 “원래 한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가리지 않고 야구를 보는 편이다. 야구는 보면 볼수록 느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어떤 공을 던지는지 생각했을 때 나에게도 상황과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남들보다 빨리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야구를 많이 보는 편”이라면서 “무조건 오후 6시 반(KBO리그 평일 경기 개시 시각)부터 한 경기를 풀로 보고, 끝나면 나머지 네 경기는 하이라이트로 다 봤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고 웃었다.
아버지는 KBO리그의 전설로 남은 레전드 이병규 현 삼성 수석코치다. KBO리그 역대 중견수 계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적토마’라는 별명이 허락된 역대 유일의 선수이기도 하다. 공‧수‧주 모두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승민은 그 적토마의 아들이다. 그래서 이병규 코치의 야구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기대를 모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민이 물려받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재능이 아닌, 야구를 사랑하는 그 자세였을지 모른다.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하는 것을 수차례 뜯어 말렸지만, 야구가 재밌던 아들은 그 숱한 반대를 뚫고 프로의 벽까지 뚫고 들어왔다. 이승민도 “나는 스스로 야구 자체에 재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하나의 재능이 있다면 뭔가 하나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그래서 이승민은 지금 훈련도 힘든 줄 모른다. 야구가 재밌다고 슬그머니 웃는다. 고교 시절부터 훈련량이 많이 늘어 다리는 무겁고, 몸도 피곤하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기에 괴롭지는 않다. 이승민은 “입단 이후에는 기본적으로 몸과 체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1월부터 기술 훈련에 조금씩 들어갔을 때는 내가 취약한 부분에 대해 많이 보완하려고 노력했고, 이번 퓨처스팀 캠프도 그 보완을 목적으로 들어왔다”면서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셨고 늘었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감독님도 박수를 쳐 주신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여기서 훈련량을 많이 가져감으로써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입단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승민은 “나는 내 스스로를 가혹한 환경에 몰아넣고 몸이 힘들어야 훈련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진짜 야구를 하면서 몸이 제일 힘들 정도로 훈련이 많았는데 굉장히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훈련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수비였다. 이승민은 “포구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고, 타구 판단이라든지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들을 중점적으로 많이 연습했다. 포구가 많이 취약했기 때문에 공을 따라가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재능은 인정받고 있는 만큼, 수비력을 더 확실히 해 반쪽짜리 선수로 1군에 올라가는 일을 없게 하겠다는 당찬 각오다.
1군에 올라가지는 못했고, 사실 기약도 없다. 그러나 이승민은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승민은 “여기서 잘 준비해서 내가 완성됐을 때 올라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섣불리 올라가 ‘아직 부족하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판단을 받기보다는, 올라갔을 때 1군 코칭스태프께서 ‘많이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그때부터는 1군에 오래 있는 게 목표다”면서 “다른 친구들이 1군 캠프에 올라갔는데 나만 못 가서 실망스럽고 그런 건 없다. 냉정하게 말해 나는 아직 1군에 갈 만한 실력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이제는 잘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승민은 “자고 일어나면 몸이 무거워서 미칠 것 같았다”고 캠프를 총평한다. 그러나 “막상 야구장에 나가면 또 그렇게 즐겁고 좋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제 신인인 만큼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차근차근 전진하겠다는 각오다. 이승민은 “하루아침에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조금, 조금씩 나도 모르게 많은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올 시즌을 고대했다. 이병규 코치가 아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다. 야구에 대한 자세와 마음가짐이다. 그 재능 하나는 확실하게 물려받았다. 이승민의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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