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문제 넘긴 현직교사 8명, 7억 챙겨…말로만 듣던 ‘입시 카르텔’ 진짜였네
출판사 차려 교사 조직 구성
출제위원 때 경력세탁도 흔해
감사원 “실제규모 훨씬 클 것”
교육부, 관련 교원 징계 절차
감사원이 교원들의 사교육 참여에 관한 복무실태 점검을 마친 뒤 11일 발표한 보고서에는 교사들과 사교육업체가 피라미드식으로 조직을 이루고 각종 수능·내신 문항을 거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고액의 금품이 오갔다.
이날 감사원이 경찰에 수사 의뢰한 56명에는 현직 교사 27명, 사교육 종사자 23명, 대학교수 1명, 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이다.
이 교사를 포함해 다수의 교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수능 혹은 모의고사 출제위원을 제안받으며 ‘최근 3년 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한 뒤 여러 번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런 분들이 문제를 만들어 (사교육 시장에)공급하면 수능 경향이 반영된 문제들이 나올 수 밖에 없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른 고교 교사는 2019년 부인 명의로 한 출판업체를 설립한 뒤 35명의 현직 교사들을 모아 수능 경향을 반영한 문항을 사교육업체 등에 공급하면서 2022년까지 1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2021년 EBS 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한 또 다른 교사는 한 유명 학원강사의 청탁을 받고 교재 발간 전에 관련 내용을 빼돌렸다. 이후 8000여 개의 변형 문항을 만들어 해당 강사에게 공급하고 5억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2018~2023년 5년 간 5000만원 이상을 수수한 교육관계자들을 중점으로 감사를 실행했으며, 실제 카르텔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부가 진행한 자진 신고에서만 322명의 교사들이 문항 판매 등을 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감사원은 조 씨와 해당 문제를 출제한 대학교수 A씨, 조 씨에게 지문을 유출한 고교 교사 등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해당 지문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79페이지에 나온 내용으로 2022년 9월 조 씨의 사설 모의고사에 등장했다. 이어 2개월 뒤인 11월 수능에 단 한 문장을 제외하고 똑같이 출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구체적 유착관계는 확인 못했지만 개연성이 파악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23번 문제와 관련해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의 중복 검증을 소홀히 하고, 사실관계를 조작해 이의신청 기각을 유도한 평가원 담당자 4명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평가원은 중복 검증을 위해 매년 조 씨의 수능 모의고사를 구매해왔으나 출제 지문이 겹친 2022년에만 합리적 이유 없이 구매하지 않았다. 평가원 담당자들은 “개인 수강생만 해당 모의고사에 접근할 수 있어 평가원에서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구입이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감사 결과 파악됐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가 공식 통보되는 대로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 등 관련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이번 수능 관리지침에 대책을 담고, 수능 출제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교육부는 입시 관련 비위에 대한 처벌기준을 신설하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3월 중 입법예고한다. 입시비리에 가담한 교원에 대한 징계 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또 전·현직 입학사정관의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관계 법령도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수능 영어 23번 이의신청자 등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교육부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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