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차례 투자 땐 배상 ‘0’… 불만족 땐 소송 가능 [홍콩 ELS 배상안 마련]

금감원 발표 Q&A
만기 도래 후 확정 손실액 기준
금감원 조정 거치면 2~3개월 소요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 조정 기준안은 부당 권유 여부, 금융상품 이해능력 등 판매자와 투자자를 상대로 한 가산·차감 요인을 상당히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판매 금융사가 불완전 판매를 했다 하더라도 투자 경험이 많고 누적 수익이 손실을 초과했다면 배상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별 배상 비율은 어떻게 정하나.

“개별 투자자 배상 비율은 이번 기준안을 토대로 산정되며 금감원은 신속하게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판매사가 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 화해)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당사자 간 의사 합치에 따라 배상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을 통하면 ‘추가 사실조사·검토→분조위 회부→조정 결정 통보→당사자 수락·거부→당사자 수락 시 조정 성립’ 등 절차를 진행한다. 통상 2∼3개월 소요된다. 투자자별로 만기 도래 후 확정된 손실에 대해 이번 기준안에 따라 배상 금액이 결정된다.”

―홍콩 ELS 투자 손실에 대해 100% 배상도 가능한지.

“판매사 책임만 인정되는 사례(100%)는 물론이고 투자자 책임만 인정되는 사례(0%) 모두 가능할 수 있다. 과거 ELS 상품으로 얻은 수익만큼 배상 금액에서 빠질 것이라는 설도 있었는데, 직접 상계(채권·채무를 대등하게 소멸하는 행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 투자 경험과 수익 규모 등은 투자자 책임 요인이다.”

―ELS에 62차례 가입해 쏠쏠한 수익을 낸 50대 투자자 최모씨는 2021년 B은행 지점에서 직원 권유로 ELS 상품에 1억원을 가입했고, 올해 1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최씨는 그간 ELS 투자로 이번 손실 규모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었다. B은행은 전사적 ELS 판매 독려를 하고 있었고, 창구 직원은 최씨에게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빠뜨렸고, 투자권유 서류도 보관하지 않았다. 배상 비율은.

“0%로 예상된다. 은행 측은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투자권유 자료 보관의무 위반으로 35%의 배상 비율을 적용받지만, 투자자 특성상 ELS 가입 경험이 62회에 달하는 데다 1회 손실 경험이 있어 25%포인트, 가입금액이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여서 5%포인트, ELS 누적 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초과해 10%포인트가 차감된 결과다.”

―조정안에 만족하지 못하면.

“조정안에 다툼이 있는 소비자는 소송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