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례 따라 차등 배상… 위험설명 못 들은 80대 75% 받아 [홍콩 ELS 배상안 마련]

이도형 2024. 3. 1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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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11일 제시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 조정안의 최대 특징은 다양한 '경우의 수'다.

금감원은 판매 금융사의 자율적인 배상 등 사후수습 노력을 제재 결정에 참고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될지는 미지수다.

투자자 특성에 따라서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하거나, 100% 모두 배상을 받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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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 책임 정도 따라 23∼50%
금융취약층·과거 투자 여부 등
‘경우의 수’ 고려 45%P 감·가산
금감원, 자율 배상 강조하면서
“사회 경제적 비용 최소화해야”
위법 엄중조치… 제재금 경고도
금융감독원이 11일 제시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 조정안의 최대 특징은 다양한 ‘경우의 수’다. 파생결합펀드(DLF) 등 과거 분쟁조정 사례에서 40~80% 등 일괄적으로 배상 비율을 정했던 것과 달리 상·하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투자자와 판매자 각각 책임 요건에 따라 0∼100%의 배상 비율이 존재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다양한 만큼 실제 조정 과정에서 ‘조율’이 더욱 중요해졌다. 금감원은 판매 금융사의 자율적인 배상 등 사후수습 노력을 제재 결정에 참고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될지는 미지수다.
이복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도 고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 원장은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여 마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판매·투자자 요인별로 배상비율 달라

이번 기준안은 은행사를 비롯한 판매자와 ELS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의 각 요인에 따라 배상비율을 달리 구성하게끔 했다. 판매원칙 위반, 소비자 보호체계 부실과 같은 판매자 책임 정도에 따라 23∼50%가, 금융취약계층 여부, 과거 ELS 투자경험, 금융상품 이해능력 등 투자자별 요건에 따라 ±45%포인트의 감·가산이 적용된다. 여기에 특수사정을 고려해 ±10%포인트의 추가 조정이 이뤄진다. 투자자 특성에 따라서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하거나, 100% 모두 배상을 받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80대 초반의 고령 투자자가 예·적금 가입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은행 직원 권유로 투자위험 설명 없이 가입했고, 해당 은행도 부적합한 투자자임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 시스템을 운영했다면 배상 비율은 75%가 적용된다.

금감원은 이날 여러 차례 이번 배상 기준안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배상 기준안을 강제로 따를 의무가 없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18조8000억원, 이 중 개인 투자금액은 17조3000억원이다. 2월까지 1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현재지수(5678pt)가 유지될 것으로 가정할 시 추가 손실예상 금액은 4조6000억원이다. ELS 판매 및 만기 시점이 제각기 달라 손실 보상과정에서 금융사와 투자자 간 논의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기준안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안 발표는) 당국의 직접적 개입이라기보다 사회경제적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사적 분쟁 보정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수습 노력 따라 과징금 참작”

금감원은 ELS 판매과정에서 금융사들이 고객 손실위험 확대기에 과도한 영업목표, 부적절한 성과지표 등을 통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하면서 다수 위법 부당행위에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후수습 노력에 따라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결정 시 참작하겠다고 덧붙였다. 판매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고객을 대상으로 배상에 나서도록 독려하되 그 성과가 미흡하면 ‘제재금 폭탄’ 등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기준안 발표 전 은행을 비롯한 판매책임이 있는 금융권과의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했지만, 원론적인 소통은 있었다고 했다. 결국 판매사별 본격적인 배상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현장 조율 필요성이 중요해진 셈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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