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계환이 지운 메모 속 '장관님'…원본 확인해보니
"내일 넘기겠다"…8월 1일 작성 가능성
김계환, 사건 이첩-보류 이후 '침묵'
[앵커]
이렇게 해외로 나가버린 이종섭 전 장관이 등장하는 당시 주요 인물의 메모, 그 원본을 JTBC가 입수해 복원해봤습니다. 선을 북북 그어 지우려 했지만, 되살려보니 '장관님: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란 글씨가 드러났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유선의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기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있던 당시 쓴 메모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별표까지 쳐놓은 부분이 북북 그은 선으로 지워져있습니다.
법원에 제출된 흑백 복사본 말고 컬러 원본을 JTBC가 입수해 확인해봤습니다.
파란색으로 지운 흔적 아래 빨간색 글씨가 드러납니다.
내용은 '장관님: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 (내일)'.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종섭 신임 주호주 대사입니다.
'넘긴다'는 건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메모를 쓴 날짜는 이첩 하루 전이었던 지난해 8월 1일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날은 김 사령관이 이종섭 장관의 보좌관과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게 공개된 바 있습니다.
경찰 이첩에 난색을 표시하는 보좌관을 향해 김 사령관이 유족 여론 등을 이유로 들면서 그래도 경찰로 이첩해야 하지 않겠느냔 취지로 주장한 대화입니다.
따라서 지워진 메모가 이날 게 맞다면 이종섭 당시 장관을 향해 '책임질 테니 경찰로 사건을 넘기게 해달라'는 취지로 직접 말을 했거나 최소 메시지는 준비했던 또 하나의 정황이 확인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복사본인 상태에서도 이 메모는 법정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수사 외압을 주장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 측이 지운 내용이 뭐냐고 묻고 김 사령관이 모르겠다고 하면서 공방이 이어진 겁니다.
본인 글씨가 맞는지 재판장까지 나서서 물어봤지만 김 사령관은 자신의 생각을 쓴 건지 다른 사람 얘기를 옮겨놓은 것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만 답하고 말았습니다.
메모를 썼던 김 사령관은 경찰에서 채 상병 사건을 다시 찾아오게 된 뒤론 이렇게 입을 닫아버린 상황.
결국 이종섭 전 장관이 왜 입장을 바꾸고 어떤 지시를 내려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수사가 멈추게 됐었는지 수사로 규명돼야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제 대사의 직함을 달고 호주에 머물게 됐습니다.
[영상디자인 유정배 곽세미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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