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에 치이고 홍콩ELS에 까이고… 자산가 잡기 나선 증권사

신하연 2024. 3. 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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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투사 8곳, 4분기 적자 확대
PF·ELS 등 이슈에 수익상품 위축
기관 전용 PEF·WM강화 '눈길'
사진 연합뉴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에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등 리스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핵심 수익원이 위축된 상황이다.

1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 8개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신한투자·하나·키움증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마이너스(-)4723억원, -6676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그 중에서도 영업이익 하락을 견인하는 건 증권사 수익 구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IB(투자은행) 부문의 위축이다.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 해외부동산펀드 관련 손상차손, 고객 미수금 관련 대손비용 등이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의 기업공개(IPO), 합병·인수(M&A), PF 등 IB부문 수익은 일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IB부문 영업이익은 1173억5700만원에서 158억8200만원으로 86.5% 쪼그라들었다.

한국투자증권의 IB 부문 세전당기손익과 NH투자증권 IB부문 영업이익도 각각 3044억2448만원에서 1815만4841만원(-40.4%)으로, 2469억4400만원에서 1276만5400만원(-48.3%)으로 급감했다.

삼성증권 IB부문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역시 1974억9100만원에서 1147억6800만원으로 42%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여전히 산재해 있는 만큼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까지도 IB 부문 수익성 악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ELS 발행량이 급감하고 CFD 부문에서도 침체가 나타나면서 부진이 깊어지자 각 증권사들은 수익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개인투자용 국채 단독 판매사로 선정돼 판매 대행을 통한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신규 고객 확보를 노릴 수 있게됐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국민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처음 도입하는 '저축성' 국채로, 세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10년물이 4.1%, 20년물은 4.9%로 높은 데다가 발행주체가 국가인 안정적인 상품이라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업계에서 최초로 딜 소싱부터 기획, 금융조달, 운용, 매각(가치제고)까지 전 사업과정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 전용 부동산 사모펀드(PEF)를 선보였다.

만기가 2030년인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이미 조성해 서울 주요 업무권역에 있는 프라임급 오피스 개발사업을 먼저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기한이익상실(EOD)에도 출자자(LP) 자금 출자 없이 NH투자증권의 자금력을 활용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인수와 셀다운(재매각) 위주의 단기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최근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부동산 자산에 저점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편 초고액자산가 모시기를 통해 WM(자산운용) 부문의 강화에 나서는 증권사도 있다. 포트폴리오, 세무, 부동산, 자산 승계 서비스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해 고객을 붙들어 두는 '락인'(Lock in) 효과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신영증권은 프리미엄 자산관리 센터 APEX프라이빗클럽을 청담 1호점과 명동 2호점에 이어 해운대점에 지난 2월 이전 오픈하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WM비즈니스 강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삼성증권도 패밀리오피스 사업의 본격적인 확대를 위해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정식 오픈했다.

패밀리오피스란 특정 가문이나 세력의 자기 자산 운용을 위해 설립되는 사모 자산운용사로 초고액자산 고객의 특성에 맞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 전통 수익원이 부진을 이어가면서 모든 증권사가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특히 IB 부문에서의 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일즈나 트레이딩 등에서 신규 수익원을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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