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오너들 `경영능력 증명하라`… 승계작업 `속도전`
유통가 신사업 경영 참여 잰걸음
신세계·롯데·CJ 등 잇단 신호탄
유통 대기업들이 오너가(家) 후계자들의 승계구도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18년만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회장 승진 인사를 낸 데 이어, 오는 21일에는 BGF그룹이 주주총회를 열고 홍정국 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그룹 주력 계열사인 BGF리테일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홍 부회장의 그룹내 역할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홍 부회장은 작년 11월 BGF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지난 5년간 BGF리테일의 지주회사인 BGF그룹 대표이사 사장·부회장으로 재임하며 경영전략의 수립, 신규사업의 발굴, 선제적 경영관리를 수행해 왔다.
BGF리테일 측은 "홍 부회장은 경영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당사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이사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성과 창출에 후보자의 역량을 발휘했다"면서 "이에 사내이사로 선임 후에도 주요 경영전략의 수립, 전문적인 의사결정, 폭넓은 시야를 통한 경영정책 수립과 실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권익 향상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의 경우, 이번 승진에 이어 이 총괄회장의 지분 추가 증여가 이뤄지게 되면 경영권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작년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온라인 유통채널들의 공세 속에 첫 영업손실 낸 상황에서 이뤄진 승진이라는 점이 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다만 정 회장이 비등기 이사 신분이라는 점은 책임 경영 측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 회장은 2010년 3월 신세계, 2011년 5월 이마트의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됐다가, 신세계와 이마트 인적 분할 작업이 완료된 뒤인 2013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 회장은 부회장 재임 당시 경영 성과는 저조했다"고 지적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마트 거버넌스 기본을 정립해야 한다.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지난 10년간 약 7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7% 상승한 것과는 대조된다. 또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2조원인 것에 반해 금융부채는 14조원에 달한다. 인수·합병(M&A)을 수조원의 차입금을 조달함으로써 성사시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달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그룹 신성장 사업으로 밀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한 신 전무는 2022년 초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선임됐고 2023년 정기인사에서 상무로 승진, 이후 1년 만인 2024년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전무 승진과 함께 한국 롯데에서의 첫 보직으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신 전무의 미래성장실장 발탁을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승계'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경영능력 입증' 단계라는 시각이 짙다. 주력계열사의 실적부진 속에서 신 전무가 그룹의 새 성장 동력 마련에 확실한 기여를 하게되면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경영 참여 보폭을 늘려오다 지난 1월 ㈜한화 부사장 자리에 오른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부사장도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을 달았다.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리조트 전략부문장에 이어 한화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담당을 맡았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을 주도하며 유통부문에서 신사업 추진 능력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동선 부사장은 아직 비등기이사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 중 등기이사에 올라있는 이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뿐이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경영리더 역시 최근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 실장은 최근 정기 인사를 통해 CJ ENM 음악콘텐츠사업본부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겸직하게 됐다.
이 실장의 배우자인 정종환 CJ 글로벌인티그레이션 실장도 CJ ENM으로 소속을 바꿨다. 2024년 정기인사에서 CJ ENM의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로 위촉됐다.
커지는 역할에 재계에서는 이경후-이선호 남매간 계열 분리설도 나오고 있다. 이경후-정종환 부부가 콘텐츠·엔터 계열사,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의 식품·바이오 계열사로 분리되는 구조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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