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왔지만 휴전은 없다…샌더스 "이스라엘 군사 지원 중단" 촉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 계기 휴전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샌더스 의원은 미국 방송 CBS의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군사 지원 중단을 백악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가 "전례없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이) 단지 3만 명이 아니다. 그 중에 3분의 2는 아이들과 여성"이라며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굶어 죽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이 아이들에 대한 대량 학살에 공모할 수 없다"며 "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에게 간청할 수 없다. 그에게 '당신이 자금을 원한다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구호 트럭들이 (가자지구에) 들어오게 하라'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의 인도적 지원 흐름을 막거나 제한하는 어떤 국가에도 원조를 보내면 안된다는 대외원조법 (Foreign Assistance Act)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인도적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해당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3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와 비교해 비례적이지 않고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의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레드라인'(금지선) 발언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 방송 MSNBC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두고 "그(네타냐후 총리)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실제 라파 공격을 하더라도 "모든 무기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공격이 있었던) 10월 7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나의 레드라인"이라며 라파에 군대를 보낼 것임을 분명히했다.
미국 측이 네타냐후 대신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를 미국으로 부른 것도 바이든과 네타냐후 간 갈등이 커지는 배경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방송 CNN은 이스라엘군이 단시간 내에 라파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 정부 관료 2명을 인용 "바이든 정부는 11일 라마단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군사작전을 즉각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간츠 대표는 라파로의 진격이 예정된 수순임을 분명히 했다. 방송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간츠 대표는 임시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 라파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면서 하마스와의 다음 단계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라마단이 시작될 때까지 휴전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성전산 및 여기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11일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예루살렘에 극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자지구 문제로 인해 올해 구시가지에는 (라마단 관련 장식물들이) 꾸며지지 않고 있고, 동예루살렘 거리에는 많은 차량이 몰리면서 긴장이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식량 및 보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예전처럼 라마단을 보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을 하고 저녁에 식사를 하는데,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식량은 커녕 물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방송은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시티에 대한 공격으로 1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11일 기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3만 104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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