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 ELS 배상기준] 왜곡설명 75%·62회 가입 0%… 천양지차 `ELS 배상액`
은행 10%p·증권사 5%p 가중
ELS 가입 횟수·투자규모 따라
투자자 개별기준 ±45%p 조정
홍콩 H(항셍)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 기준이 나왔다. 5조원이 넘는 손실액 중 판매사 과실에 따라 최대 100%의 손실액을 배상해야 한다.
80대 초반의 A씨는 전체 손실액의 75%를 배상 받는다. 판매사가 A씨에게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설명의부를 위반했다. 금감원은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위반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B씨(50대 중반)는 판매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확인됐지만 배상을 받지 못한다. 금감원은 B씨가 과거 ELS 상품에 62회 가입했고, 그 과정에서 손실 경험이 1회 있는 것에 주목했다. 그간의 ELS 투자로 얻은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초과한 것도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줬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ELS 배상 기준에 따르면 판매사의 의무 이행 여부와 투자자 책임 등에 따라 판매사는 투자 피해자에게 손실금액의 최대 100%까지 배상해야 한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11개 주요 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등을 바탕으로 배상 기준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판매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판매사가 과도한 영업목표와 성과지표 등을 위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고 봤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상품 제조와 판매에 관한 법적 규제와 절차가 크게 강화됐지만 일부 ELS 판매사들이 고객 손실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불완전판매를 조장한 측면이 컸다"며 "과거 분쟁사례를 참고하되 ELS 상품 판매 및 투자행태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배상 기준은 판매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과, 투자자에 따른 개별 기준 두 가지를 적용해 마련됐다. 판매자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에 따라 최대 40%까지 적용하고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을 고려해 은행과 증권사에 각각 10%포인트(p)와 5%p를 가중했다.
투자자별 배상 비율은 금융취약계층 소홀, 자료 유지, 관리 부실 등에 따라 최대 45%p를 가산했다. 다만 ELS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투자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투자 경험과 금융지식 수준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차감(최대 45%p)했다. ELS 가입 횟수가 20회를 초과하는 경우(-2%p)부터는 배상비율이 낮아진다. 지연 상환(-5%p)이나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경험(-10%p), 손실 경험(-15%p)이 있어도 배상비율이 깎인다.
이밖에 가산 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경우 등 최대 ±10%p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판매사 최대 배상비율인 50%가 적용되는 사례를 가정하면 투자자 사이에서도 투자 경험 여부나 수익 규모 등에 따라 배상비율은 5%(45%p 차감)부터 95%(45%p 가산)까지 최대 90%p 차이가 날 수 있다.
C씨(80대 초반)는 은행직원으로부터 상품을 권유받아 5000만원을 가입했고, 지난 1월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가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소지, 투자권유자로 미보관,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경우 일괄 기본배상비율 20%에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 총 40%p를 가산하고, 내부통제부실(+10%p), 보관의무 위반(+5%p), 초고령자(만 80세 이상) 보호 미준수(+15%p) 등을 적용해 손실액의 70% 내외 수준으로 배상하도록 했다. C씨가 ELS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없고, 지연상환이나 낙인(Knock-in), 손실경험이 없어 손실 비율을 차감하지 않았다. 금액이 5000만원 이하인 것도 배상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ELS 상품에 가입한 D씨는 배상비율이 28%까지 줄었다. D씨는 은행직원의 권유로 ELS상품에 2억원을 최초 가입했고, 해당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했지만 D씨의 상대적으로 큰 투자 규모가 배상비율 차감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일괄 기본배상비율(20%)과 내부통제 부실(공통가중 +10%p)를 적용하고 L씨가 ELS에 처음 투자한 것(+5%p)도 가산 요인으로 봤다. 다만 가입금액이 1억원 초과~2억원 이하(-7%p)인 것을 고려했다. 비 외감법인에 대해 원칙적으로 5%p를 차감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법상 소기업에 해당해 이는 적용하지 않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보단 배상비율이 내려갔다. 금감원은 이번 투자 손실 배상 다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DLF 사태 당시 손실 배상비율은 20~80%였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배상비율(10%)이 DLF 사태(25%) 때보다 떨어진 것에 대해 "배상비율은 절대적인 차이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중요도의 차이"라면서 "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고 판매 규제가 타이트해진 측면이 강화돼 판매 과정에서 기본적인 설명의무, 녹취의무는 갖춰졌다"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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