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내 등 뒤에 서 있어" 25살 러시아 아내, 암투병 남편 지키려 `새벽배송`

한국으로 시집 온 러시아 출신 폴리나씨. [유튜브 채널 '폴리나랑' 캡처]

폴리나씨와 남편 문상원씨. [유튜브 채널 '폴리나랑' 캡처]

폴리나씨와 남편 문상원씨. [유튜브 채널 '폴리나랑' 캡처]

한국으로 시집온 25살의 새내기 러시아 출신 여성이 암투병 중인 남편을 대신해서 홀로 온라인 유통업체 새벽배송 일을 하며, 가정을 지키고 있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1일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러시아 출신 폴리나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폴리나랑' 등에 따르면 폴리나(25)씨는 한국인 남편 문상원씨와 결혼해 3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문상원씨는 러시아 여행 중에 폴리나씨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부부는 지난 2018년 말 반려동물 간식 사업·반려동물 동반 카페를 시작했지만 사업에 실패, 빚만 2억원가량 떠안게 됐다. 결국 둘은 함께 '새벽 배송'에 나섰다. 그러던 중 문 씨는 올초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폴리나씨는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남편이 암에 걸려서 케어하며 혼자 새벽배송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나씨는 남편의 암 진단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이 용기를 가졌으면 해서 남편에겐 기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폴리나씨는 낮에는 남편을 돌보고, 저녁 10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 배송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폭설이 내리는 중에도 새벽배송 일을 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 등을 공개하며 "한국어로 배송주소를 찾아다니는 게 서툴고 늦었지만, 이제는 제법 속도도 나고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남편은) 앞으로 5년간 매일 과일과 건강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매일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주고 있다"면서 남편을 케어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폴리나씨의 사연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다.

폴리나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보통 남자가 앞에 나서고 여자는 늘 한 발 물러나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저는 남편에게 말했다. '상황이 이럴 땐 그냥 이대로 있어. 오빠는 그냥 내 등 뒤에 서 있기만 해'"라고 말했다.

남편 문상원 씨는 "너무 고맙고, 한국에 와서 고된 일을 다 했다"면서 "하루는 와이프가 제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부엌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 여성의 삶을 제가 그냥 고스란히 일기처럼 담고 싶었다. 그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슬프면서도 감동. 울면서 봤어요. 꼭 좋은 날 올 것입니다", "천사 같은 아내를 두셨네요. 행복한 가정 이루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이게 사랑이다" "남편이 복받은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60이 다된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게 하네요. 소설보다 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라는 댓글을 올린 이도 있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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