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을 '관호(김두관·김태호) 대전'…"낙동강 벨트 잡아라"
2% 안팎 초 접전..두 거물 명운 건 승부
지난 8일 찾은 경남 양산 동면 석산리, 횡단 보도 하나를 끼고 '김두관' '김태호'가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흔들렸다. 두 선거 사무소의 간격은 채 100m도 되지 않았다. 지난 해 가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사석에서 얼굴을 마주했지만, 이번엔 경쟁자로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22대 총선의 접전지인 ‘낙동강 벨트’에서 경남 양산을이 최대 접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3선) 모두 경남지사를 지낸 지역 거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6년 경남지사 선거 이후 18년 만에 총선 지역구를 두고 맞붙게 됐다.
양산을은 2016년 지역구 신설 이후 한 번도 보수가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득표율 격차 2%포인트 이내의 접전을 벌인 곳이다. 인구가 4만 명으로 지역내에선 가장 많지만 고령층 비중이 높아 보수세가 강한 웅상, 신도시가 들어서며 젊은 층 유입이 계속 늘어나 진보세가 강해진 동면으로 정치 성향도 양분화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쉽사리 특정 정당으로 쏠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정계 한 관계자는 “삼국지로 따지면 3대 대전 중 하나인 ‘관도대전’에 비유해 ‘관·호(김두관·김태호) 대전’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낙동강 벨트에서 양산을이 갖는 의미를 감안할 때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분위기도 초박빙이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태호 의원은 41%, 김두관 의원은 39%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또 다시 2%의 싸움이 된 셈이다.
두 후보의 정치 이력도 비슷하다. 각각 경남 남해와 거창와 출신인 김두관, 김태호 의원은 고향에서 군수를 지낸 뒤 정치 생활을 이어 왔다. 두 의원 모두 경남도지사를 지내 경상도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만, 양산을에서는 '외부인'인 점도 비슷하다. 김태호 캠프 관계자는 "다행히 양산은 부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지리적 특성상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많지 않고, 실제 환영해주는 사람이 많다"며 "남해 출신인 김두관 의원이 이미 현역을 지낸 것도 한 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두 사람의 정치 여정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2006년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김태호 의원이 승리했지만, 2010년 김두관 의원이 도지사 타이틀을 이어 받았다. 역대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김두관 의원은 11전 5승 6패, 김태호 의원은 8전 7승 1패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바닥부터 정치를 시작해 올라왔고, 사석에서 볼 정도로 친분도 있다"며 "어느 쪽이건 승리하면 당내 입지가 크게 올라가는 만큼 정치 명운을 건 선거"라고 설명했다. 만약 선거에서 이길 경우 김태호 의원은 4선, 김두관 의원은 3선 의원으로 각 당의 중진 의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지역 현역인 김두관 의원은 양산을이 정권 견제를 위한 '진지'임을 호소하고 있다. 이곳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가까워 민주당이 더욱 사활을 거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이 무너지면 부울경 지역 전체가 빨간색(국민의힘)이 된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 3년을 심판하려면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은 '과거와 미래'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그는 "거대 야당의 횡포 탓에 개혁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 친북 세력마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며 "낙동강 최전선에서 미래를 위한 특명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지역 철도 등 교통과 의료 인프라 개선 등을 일제히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두관 의원은 "지역에서 이미 4년을 일한 만큼 해결할 문제들을 잘 알고 있고, 25년간 숙원 사업이던 웅상선(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개통도 물꼬를 텄다"며 "KTX 환승역사 건설 등을 통해 주민들의 교통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도 "KTX 양산금정 정차역을 추진하고, 사송신도시 양방향 하이패스 IC도 설치하기로 했다"며 "이번 총선에서 윤영석 의원(양산갑)과 제가 당선되면 각각 4선으로 도합 8선이 되는데 정책에 훨씬 힘이 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양산 동부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웅상중앙병원이 폐쇄되면서 의료 공백 해결 공약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지역 주민은 "양산을은 지역 내에서도 민심이 갈리고 늘 초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지역"이라며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이 다소 앞서고 있지만, 젊은 층의 투표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양산=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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