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5일 김포시청 9급 공무원이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공무원은 숨지기 전, 자신이 담당하던 도로공사와 관련해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 문제 취재한 신현욱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먼저 어떤 사건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지난 5일 한 30대 남성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김포시청 도로관리과에서 근무하던 9급 공무원이었는데요.
이 공무원은 숨지기 전, 담당해오던 도로 공사 관련 악성 민원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김포 한강로에 도로 파임 현상이 생기면서 약 8km 구간에 보수 공사가 이루어졌는데요.
이때 일부 차선이 통제되면서 차량 정체가 심해지자, 공사 담당자인 이 공무원에게 항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된 겁니다.
[앵커]
악성 민원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던 건가요?
[기자]
당시 인터넷 카페에 올라왔던 게시글입니다.
도로 공사로 인한 차량 통제에 대한 비난 글이 주를 이뤘는데요.
'멱살 잡고 싶다', '욕해도 되나'는 등의 공격적인 글도 보이고요.
담당 공무원의 이름과 소속 과, 직통번호까지 포함된 신상 정보까지 올라왔습니다.
당시 이 공무원은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걸면 개인 전화로 연결되게끔 착신 전환을 해둔 상태였는데, 새벽 시간까지도 수십 통의 민원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들은 숨진 공무원의 개인 컴퓨터에서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김포시청 관계자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김포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실명하고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그랬었나 봐요. 힘들어했다고 하네요. 길 막힘 이런 것 때문에 악성 민원이라고만 그냥 표현하더라고요."]
[앵커]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을 거 같은데요.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일이 흔하다고요?
[기자]
이 공무원이 숨진 뒤 김포시청 앞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는데요.
제가 이곳을 방문했는데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공감하는 동료 공무원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동료 공무원/음성변조 : "악성 민원이 신입 때 얼마나 부담이 되고 힘든지 여실히 알고 있고, 300통이든 200통이든 때론 천 통이든 담당자 혼자서 다 감당해야 하는 사실들이…"]
[동료 공무원/음성변조 : "도로공사나 이런 게 불가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민원인들이 이해를 조금 해줬으면 좋겠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단 사실은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공무원노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천여 명 중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후유증으로는 퇴근 후에도 스트레스가 이어지고, 업무와 관련해 무기력함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 이후 관계 기관들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기자]
먼저 김포시는 숨진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유포한 게시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관련 인터넷 게시글과 통화 내역 같은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요.
행정안전부는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민원인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위법행위를 하는지, 응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건데요.
공무원 노조는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을 고치는 데서 그쳐선 안 되고, 공무원들이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소속 기관장이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고소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홍병국 강현경/영상편집: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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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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